금통위원 "물가 하락세 지속되면 금리 인하 고려할 만"

by장영은 기자
2024.07.30 17:50:47

한국은행, 지난 11일 금통위 본회의 의사록 공개
''금리인하 시점 검토'' 발언 나온 가운데 중도적 입장 ↑
하반기 인플레 둔화·양호한 수출 흐름 지속 전망
집값 상승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고환율 우려 입모아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번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에서 금리 인하 검토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과 함께 중도적인 입장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열린 금통위 본회의 이후 공개된 통화정책방향결정문에 기준 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반영되면서 금통위원들의 관련 발언에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금통위원들은 수출 호조와 물가 상승세 둔화로 올해 상반기 국내 경제가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며, 하반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었다. 다만, 최근 집값 상승과 함께 가계 부채가 증가하고, 수출 호조에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우려를 표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으로 동결했다. (사진= 한국은행)


30일 공개된 7월 11일 금통위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통화정책의 1차 목표인 물가가 안정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며 오랜 기간 유지된 고금리 정책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약한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향후 물가 및 주택가격의 추이를 면밀히 확인하며 금리인하 시점을 결정하되, 금리 인하가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을 확대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정책과 긴밀히 공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이 금리 인하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11일 본회의 이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안정에 많은 진전이 있었고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도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적절한 시점에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기조 전환 가능성을 거론하며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짚는 등 비교적 중도적인 입장을 표명한 위원들도 있었다. 한 위원은 “각국은 자국의 경제 사정을 반영해 통화정책 차별화를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도 향후 정책기조 전환에 따른 실물과 금융 부문에 미치는 편익과 비용, 정책 효과의 부문별 상충 정도 등을 다시 한번 재점검하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조합 모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위원은 “정책기조 전환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대가 형성돼 외환시장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적절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 기대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반면, 긴축 기조 유지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물가가 목표 수준을 향해 둔화되고는 있지만 상방(물가 상승) 리스크에 여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환율 상승, 가계부채 증가 및 주택가격 상승 등 현재의 여건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가 가져올 리스크는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당분간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지난 회의 이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에 추가 진전이 있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기상여건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잠재하고 있다”며 “여전히 높은 기대인플레이션율 등으로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안착될 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자료= 한국은행)


이번달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4명이 물가가 목표치에 도달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기준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힌 지난 5월 금통위 본회의 때보다는 전반적으로 다소 완화된 입장이 확인된다.

지난달(6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4%, 근원물가 상승률은 2.2%를 기록하며 목표치인 2%에 수렴해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경제가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금리 인하 시점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산적한 위험 요소들이 많아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고민이 깊다는 점도 드러났다. 모든 위원들이 수도권 중심 주택 가격 상승과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 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표명했다. 높은 원·달러 환율 수준과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 대외 요인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도 경계해야 할 요인으로 꼽혔다.

한 위원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리스크 요인 중 하나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