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범준 기자
2022.10.18 17:39:48
낙농가-유업체, 31일까지 원유가격협상 매듭짓기로
지난해 인상폭 2.3% 2배 넘는 ℓ당 50원 안팎 오를듯
내년 ''용도별 차등가격제''로 ''가공유'' 원윳값 싸져
가공유 가격 서둘러 올리고 ''생색내기'' 인하 우려도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이르면 다음 달부터 흰우유를 시작으로 치즈와 가공유 등 유제품 가격이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원유 생산자(낙농가)와 수요자(유업체)가 이달 중 원윳값 인상폭을 결정하기로 합의하면서다. 특히 내년부터는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 일환으로 도입이 확정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전격 시행을 앞두고, 유업체가 유제품 가격을 미리 올렸다가 소폭 인하하는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따른다.
18일 유업계에 따르면 유업체와 낙농가가 참여하는 낙농진흥회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올해 원유 가격을 협상을 마치기로 합의했다. 유업계에서는 올해 원유기본가격 인상 폭이 전년(2.3%) 대비 2배 이상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 5월 ‘2021년 우유 생산비’를 전년 대비 4.2%(34원) 증가한 1ℓ당 843원으로 발표했다. 원유기본가격 산출식에 따라 올해 원윳값은 ℓ당 47~58원 범위에서 가격 인상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8월부터 낙농가가 낙농진흥회를 통해 회원사(유업체)에 공급하는 원윳값이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약 2.3%) 올랐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금 등 인센티브가 더해져 현재 낙농가에서는 원유 판매 ℓ당 1100원을 받는다.
지난해 원윳값 ℓ당 21원 인상으로 그해 9월부터 시중에서 팔리는 흰우유(1ℓ 제품 기준) 가격이 평균 150~200원가량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원유 매입가가 ℓ당 약 50원이 오를 경우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300원대부터 500원 안팎까지 뛸 것이라는 관측이 따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현재 ‘서울우유 흰우유(1ℓ)’ 소비자가격은 전국 평균 2758원, ‘매일우유 오리지널(900㎖)’은 2715원이다.
우유 가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는 생산비 연동제로 나날이 치솟는 원유 가격과 의무 매입 물량(쿼터제)가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내 낙농산업 보호를 위해 우유의 시장 가격과 수요 반영없이 낙농가의 생산원가만 연동해 원윳값을 매기다보니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특히 유업체들은 비싸게 사온 원유가 남아돌면서 이를 각종 가공유 등 유제품으로 돌려 생산하는데, 생산단가는 높고 소비자 판매가는 이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팔수록 손해’를 떠안는 구조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원윳값을 용도에 따라 결정하는 차등가격제를 도입한다.
다만 당장 내년 1월부터 가공유용 원윳값이 낮아지면서 유업체들은 가공유제품 생산원가 인하에 따라 제품 판매가를 인하해야 할 요인이 발생한다.
하지만 유업체들은 그동안 비싼 음용유용 원유를 가공유로 전환 생산·판매함에 따른 영업손실과, 최근 각종 원·부자재 및 유가·물류·인건비가 전방위적으로 줄곧 올라 부담이 늘었다며 제품 가격 인하를 두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유업체가 올 연말까지 흰우유 뿐 아니라 각종 가공유제품 가격도 서둘러 인상한 후 내년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에 맞춰 생색내기식 ‘찔끔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 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이번 낙농진흥회의 원유 가격 협상 이전인 지난 8월 자체적으로 계약 농가에 월 30억원(원유 ℓ당 약 58원) 규모의 목장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며 사실상 원유 매입가 인상에 나선 이후, 흰우유 제품가격 인상에 앞서 이달부터 ‘체다치즈 200g·400g’ 등 일부 가공유제품 출고가를 약 20% 먼저 올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원유 가격 인상폭이 역대급으로 클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유와 유제품뿐 아니라 이를 원료로 활용하는 아이스크림·케이크·빵·커피음료 등 연관 가공식품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내년부터 새롭게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으로 가공유제품 가격은 다소 낮아질 여지는 있지만, 유업체들이 제품가를 미리 올렸다가 조금 낮추는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