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찰기 띄우니 中 항모킬러로 응수…'남중국해 군사충돌' 위기감 고조

by이준기 기자
2020.08.27 15:19:28

中, 美정찰기 진입에 반발…미사일 4발 전격 발사
아랑곳않는 美, 정찰기 또 띄우고 남중국해 첫 제재

중국 탄도미사일 둥펑-26.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베이징=신정은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갈등의 핵으로 부상한 ‘남중국해’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외교·안보·경제 등 양국 간 전방위적 긴장이 결국 군사 충돌로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연루된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은 최고조로 치닫는 분위기다.

27일 중국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관영 글로벌 타임스, 미국 로이터통신 등 외에 따르면 중국군은 전날(26일) 오전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둥펑-26과 대함 탄도미사일인 DF-21 중거리 미사일 4발을 남중국해에 쐈다. 각각 칭하이성 북부와 저장성에서 발사된 미사일들은 하이난도 남동쪽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인근에 떨어졌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 측이 U-2 고고도정찰기를 남중국해 비행금지구역으로 보낸 지 단 하루 만에 이뤄졌다. 정찰기를 띄운 곳은 중국군이 최근 고강도 실전 훈련을 벌이는 해상이었다.

이에 중국 측이 “미 정찰기 비행은 도발행위”라고 강력 항의했던 만큼, 이번 미사일 발사는 보복성 후속조치일 공산이 크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이번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전투기와 군함이 남중국해에 자주 모습을 보이는 데 따른 잠재적 위기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라고 했다.

미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에 응수해 또다시 남중국해에 정찰기를 띄운 것이다. 중국군이 쏘아 올린 미사일 발사 징후와 궤적을 추적하는 ‘코브라볼’ RC-135S 정찰기를 보내 정찰활동을 벌인 것으로, 이틀 연속 중국군의 훈련지역에 진입한 셈이다. RC-135S는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가데나 공군 기지에서 이륙해 대만 바시 해협을 지나 들어왔다고 한다.

더 나아가 제재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대상은 중국교통건설(CCCC)의 일부 자회사를 포함해 광저우 하이거 커뮤니케이션그룹과 중국전자기술그룹, 중국조선그룹 등 중국의 남중국해 전초기지 건설에 참여한 중국 기업 24곳과 이에 연루된 개인들이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남중국해 관련 제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와 별도로 국무부는 남중국해 지역의 매립이나 군사 지역화, 인근지역 자원 접근 억제에 관여한 중국 개인에 대한 비자 제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이들의 미국 입국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며, 직계 가족도 비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강공은 이미 예상됐던 바다. 이미 미국은 지난 13일(미국 현지시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불법”(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라고 선언하며 남중국해에 대한 압박 강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무역전쟁 등 중국과 전방위적 갈등을 겪기는 했으나 그간 미국은 남중국해에 대해서만은 운항의 자유만을 강조했을 뿐, 중국과 갈등을 벌이는 특정 국가의 편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이번 선언이 중국 측으로선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남중국해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지리적 요충지다. 인도양과 대서양을 잇는 해상의 요지이자 천연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어족자원이 풍부해 식량안보와도 직결된 곳이며, 중국이 공을 들이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관문이다.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주변 6개국의 반발에도,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남해 9단선’을 긋고 곳곳에 인공섬을 건설한 뒤, 전체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해온 배경이다.

해양세력인 미국은 대륙세력인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있다. 양국의 이번 충돌 역시 ‘패권’ 다툼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간 전문가들이 양국의 군사충돌이 현실화한다면 가장 가능성 큰 곳으로 남중국해를 지목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표심을 얻기 위한 ‘중국 때리기’의 일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미 정가에선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각종 사안에서 대중 압박은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