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대웅 기자
2016.07.28 15:10:12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전기차 업계가 ‘배터리 전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배터리가 전기차 생산원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이 분야 경쟁력은 향후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는데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 나서면서 전기차 대중화 시기가 보다 앞당겨질 지도 관심사다.
‘전기차의 선구자’ 미국 테슬라는 26일(현지시간) 네바다 주 스파크스에 건설 중인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기가 팩토리’의 공식 개소식을 개최하고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공장 건설에 총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가 투자됐고 완공 후 규모는 93만㎡에 달한다.
만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테슬라이지만 배터리 시장 장악을 위해 또다시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이다. 내년 선보이는 신모델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도 깔려있다.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내년 중반으로 예정된 ‘모델3’의 배터리셀 생산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모든 것이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며 테슬라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3’가 매년 200억달러(약 22조원)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치형 배터리팩 시장이 장기적으로 자동차 산업만큼 거대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배터리 산업이 매우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매우 가파른 속도로 커질 것이란 얘기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게 되면 단가가 현재의 3분의 2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가팩토리가 완공되면 최대 150만대 전기차에 장착할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다고 관측이다. 이는 초기 예상치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판매업체로 올라선 중국의 비야디도 대규모 배터리 공장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시작한 비야디는 이 분야에서만큼은 테슬라보다 확실한 우위에 있다며 자신하고 있다.
중국 선전컹즈공장과 후이저우 공장 등 두 곳의 배터리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비야디는 최근 칭하이 지역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지역은 중국 최대 리튬 매장지로, 비야디는 연간 60만대의 하이브리드카용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세계 최초로 배터리와 자동차 제조를 연결한 비야디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 부품을 모두 생산하는 전기차 완성차 업체이기도 하다. 지난해 비야디는 차량용 리튬이온 전지 시장에서 파나소닉 다음의 2위를 차지하며 배터리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테슬라에 비해 후발주자인 비야디는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급성장하는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지난해 6만1722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5만580대에 그친 테슬라를 앞질렀다.
미국과 중국 못지 않게 전기차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독일 역시 ‘총성없는 전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독일의 슈퍼카 제조업체인 포르쉐는 테슬라에 대항할 첫 전기 스포츠카 개발을 위해 1400명 이상을 신규 채용에 나서기로 했다. 1400명의 인력 중 900명은 생산 부문에 투입되고 나머지 300명은 개발 인력, 200명의 프로젝트 관련 행정 인력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안드레아스 해프너 포르쉐 인사부장은 “전기차 업계에서는 현재 인재 확보를 위한 전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업계에서는 전기차의 대중화가 빨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에 불이 붙을수록 배터리 성능이 높아지는 반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쟁이 격화되면 각국의 정부 지원이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