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개선에 중대재해 제로 효과…예상 깬 에너지 공기업의 '경평 약진'
by윤종성 기자
2024.06.19 17:20:08
경평 우수 공기업 6곳 중 5곳이 에너지공기업
한국에너지공단은 준정부기관 평가서 'A등급'
한전 B등급도 '의외' 평가…"재무 굉장히 개선"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정부가 19일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기업들의 ‘약진’이다. 실적 부진 등으로 저조한 평가를 받을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깨고 대거 좋은 평가를 받았다. A등급(우수)을 받은 공기업 6곳 중 무려 5곳이 에너지 유관 공기업들이었다.
|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가운데)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손원익 감사평가단장, 김춘순 준정부기관평가단장, 김윤상 차관, 김동현 공기업평가단장, 강영규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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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한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안’을 보면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지역난방공사(071320), 한전KPS(051600),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 등 6곳이 A등급을 받았다. 인국공을 제외하면 모두 산업부 산하 에너지 공기업들이다.
한전KPS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앞서 이데일리가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함께 실시한 ‘공공기관 종합평가’에서 전체 32개 공기업 중 1위에 올랐다. 당시 한전KPS는 재무성과를 비롯해 조직운영·관리, 일자리창출 등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한전KPS 관계자는 “세계적 에너지 위기 상황임에도 정부 정책기조에 발맞춰 원전수출 산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재무건전성 개선 노력을 선도하면서 역대급 재무성과를 거둔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한전KPS는 지난해 매출액 1조 5230억 원, 영업이익 1975억 원, 당기순이익 1618억 원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3%로 전년대비 3,9%포인트 개선됐다.
지난해 나란히 C등급(보통)을 받았던 남부발전과 지역난방공사는 이번에 두 단계 상승해 A등급을 획득했다. 남부발전 관계자는 “경영혁신과 재무개선 노력, 직무급 우수기관 선정 및 세계 최초 주파수 조정기술 실증 등 정부정책의 선도적 이행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동발전은 전년도 B등급에서 한 단계 올라 A등급을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3년 연속 당기순이익을 개선하고, 5년 연속 중대재해 제로 달성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배경인 것 같다”며 “전원 다각화를 위한 노력, 자원순환사업을 통한 다양한 친환경제품 개발,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 등도 성과로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난해 8년 내 최대 원전 이용률과 역대 최저 수준의 호기당 고장정지 건수 등 글로벌 최고 수준의 원전 운영 실적을 달성했다”며 “2600억원 규모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삼중수소제거설비사업을 수주하는 등 K-원전 수출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해 좋은 평가 결과를 받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A등급을 받은 준정부기관 9곳에 포함됐다. 에너지공단 외에 국립공원공단, 기술보증기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연구재단, 한국환경공단이 A등급을 받았다.
| 김윤상 기획재정부 제2차관(가운데)이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3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및 후속 조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손원익 감사평가단장, 김춘순 준정부기관평가단장, 김윤상 차관, 김동현 공기업평가단장, 강영규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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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영평가에서 한국전력(015760)이 B등급을 받은 것도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가 크게 개선된 점이 등급을 끌어올린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전은 지난해 6조503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2년 적자 규모가 무려 33조9085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27조원 이상 줄였다. 당기순손실도 2022년 25조2977억원에서 3조4146억원으로 22조원 가까이 줄였다.
2022년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등했던 석탄(유연탄), 천연가스 등 발전 연료 가격이 하향 안정 흐름을 보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22년 톤당 361.3달러였던 유연탄 가격은 2023년 172달러로 52.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톤당 156만4800원에서 139만2700원으로 11% 내렸다.
이는 한전이 전력을 구입하는 비용 부담을 크게 줄여줬다. 한전이 전력 도매시장에서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기준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2022년 1킬로와트시(㎾h)당 196.7원이었는데 지난해 167.1원으로 15.0% 낮아졌다. 이와 함께 비핵심 자산 매각과 정원 감축, 본사조직 20% 축소 등 자구노력을 펼친 것도 재무상황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동헌 공기업 평가단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한전의 재무성과가 굉장히 개선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직무 중심 보수체계 전환 부분에서 굉장히 선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전략기획 및 경영혁신 노사관계 등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면서 “전력판매 및 수요관리 사업의 경우 에너지 캐시백 프로그램을 잘 활용해 전년대비 약 22배 증가했고, 그 결과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했다”고 부연했다.
한전 외에 한국가스기술공사, 동서발전, 중부발전, 한국전력기술, 가스안전공사, 한국전력거래소도 B등급을 받았다. 반면 석탄공사, 서부발전, 석유공사, 한전KDN은 C등급(보통)을, 가스공사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D등급(미흡)을 받았다.
특히 서부발전은 전년도 A등급에서 이번에 C등급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단장은 “2023년 매출액이 약 1조 2885억이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9%포인트, 당기순이익은 22.4%포인트 하락하는 등 재무상태가 굉장히 안 좋아졌다”면서 “태양광 관련 겸직금지 위반, 채용실태 전수조사 결과 지적 사항이 나왔고, 인권 체감지수 저조 등 윤리경영체계에서 미흡한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