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존 레논이 살아있다면 우버를 탈까
by안승찬 기자
2017.05.23 12:11:00
히피의 ‘공유 정신’에서 시작한 미국의 IT문화
차량 공유업체 대표주자 우버 내부 홍역
강한 오너십으로 상생 아닌 독자 길 걷자 곳곳에서 잡음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지옥도 없고 / 단지 머리 위에 하늘만 있다고 말이에요. /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 보세요. /아무도 죽이지 않고, 아무도 죽지 않고 / 그곳엔 종교도 없죠./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소유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탐욕도 필요 없고 굶주림도 없죠./ 사람들이 모든 것을 나누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존 레논의 전설적인 명곡 ‘이메진(Imagine)’은 히피의 노래였다. 노랫말처럼 히피들은 달랐다. 전쟁에 지친 그들은 전통적인 기독교 대신 동양의 참선과 요가를 즐겼고 먹는 것도 육식 대신 채식을 선호했다. 권위와 전통을 부정하고 인간의 자유와 평화를 갈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자 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는 “히피들은 국가 대신 개인, 독점 대신 공유, 폐쇄 대신 개방이라는 철학을 가졌다”면서 히피 정신이 미국 IT기업의 문화적 토대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히피의 성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다. 50년 전인 1967년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든 히피들만 당시 10만명에 달했다. 미국의 IT기업들이 유독 샌프란시스코에 집중돼 있는 게 우연은 아닌 셈이다.
차량 공유업체의 대표주자인 우버가 요즘 시끄럽다.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제프 존슨 사장은 우버로 옮긴 지 6개월만에 사표를 냈다. 그는 “리더십에 대한 내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껴 떠나기로 했다”고 고백했다. 이 우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의 강압적인 스타일 때문에 우버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칼라닉은 반(反)이민정책을 강조하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 자문위원을 맡더니 우버 기사에서 “헛소리하지 말라”고 고함 치는 동영상이 공개돼 또 홍역을 앓았다. 다시는 우버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잇따랐다.
최근에는 우버의 자율주행 프로젝트를 이끄는 기술책임자가 구글의 기술을 훔쳤다는 판결이 나왔다.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구글의 자율주행차 핵심 자료를 몰래 다운로드한 사실을 우버가 알고 있었거나 최소한 알고 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고용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과 우버는 처음에 사이가 좋았다. 구글은 우버에 2억5800만달러를 투자했다. 우버는 구글 지도를 썼고, 구글은 구글 지도에서 우버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우버의 칼라닉은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내가 독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리곤 독자적인 길을 가기 시작했다. 구글 지도 대신 자체 지도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자율주행을 연구해온 구글을 제외하고 별도의 자율주행 연구에 착수했다. 화가 난 구글은 우버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우버의 경쟁회사인 리프트와 손을 잡았다. 요즘 구글 지도엔 우버와 리프트가 함께 뜬다.
공유와 협력의 정신은 IT기업에게 생명력과 같다. 나 혼자 독식하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순간 역설적으로 기업은 내리막길을 걷는다. 너무 강한 오너십은 종종 독으로 작용한다. 존 레논이 살아 있다면 과연 유쾌한 기분으로 우버를 이용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