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알화 반등+금리인하 기대`…또 들썩이는 브라질 국채
by최정희 기자
2016.09.29 15:06:50
증권가, 하반기 브라질 국채 판매 늘어
물가안정에 브라질 중앙은행, 금리 인하 시사
산유국 감산 합의, 내년 플러스 경제성장 예상..헤알화 반등 전망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해 4월 만기가 8년 남은 브라질 국채 10년물에 투자한 직장인 A씨는 요즘 쏠쏠한 이자수익에 흐뭇하다. 헤알화로 환전해 20만채(債)를 6948만원에 샀는데 반기마다 받은 이자만 따져도 985만원이나 됐다. 원금대비 14.2%의 수익률이다. 헤알화 가치는 투자 당시보다 하락했지만 10년물 표면금리가 두 자릿수다보니 환차손을 감안해도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브라질 국채는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원금 손실 우려가 커졌지만 올림픽 성공 개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후 신(新)정부 출범, 산유국 원유 감산 합의 등으로 경제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최근 브라질 현지 탐방을 다녀온 몇몇 증권사들은 브라질 국채 투자를 적극 권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빅4` 증권사 브라질 국채 판매금액(중개형+신탁형)은 1분기(1~3월)까지만 해도 1073억3000만원에 그쳤지만 2분기(4~6월) 1104억3000만원으로 늘었고 3분기에는 9월23일 현재 1825억8000만원까지 급증했다. 이달엔 긴 추석 연휴로 영업일수가 대폭 감소했다는 점을 살펴볼 때 하반기 들어 브라질 국채 판매금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브라질 채권 투자를 권하는 보고서를 두 차례 가량 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르면 연말부터 향후 2~3년에 걸쳐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현 수준에서 브라질 채권의 장기투자 매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임원도 “노후 대비용으로 목돈이 생기면 브라질 국채를 사고 있다”며 “단기 변동성이 있지만 여윳돈을 장기간 묶여둔다고 생각하면 괜찮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국채 투자시 장기·분할매수를 권하고 있다.
브라질 채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금리와 환율이다. 금리는 경제지표와 신정부 정책을 따져봐야 하는데 방향은 아래쪽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리 인하는 채권투자자들에겐 채권값 상승을 의미해 호재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8월에 8.97%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엔 목표치인 4.5%로 근접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브라질 탐방 후 개최한 투자자 대상 세미나에서 기준금리가 현재 14.25%에서 평균 4%포인트 가량 인하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기 이전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10년물 국채금리는 올초까지만 해도 신용등급 하락에 17.55%까지 치솟았으나 28일 현재 11.46%로 내려간 뒤 한 자릿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47달러까지 급등하는 등 상승 기대가 높아진 것도 원유, 철광석 수출국인 브라질엔 호재다. 박승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유국 감산 합의에) 원자재 가격 안정과 헤알화 강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알화 가치는 단기 변동성은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론 반등 전망이 우세하다. 신한금투는 1헤알화가 내년 최대 400원까지 오른 후 2020년엔 410~480원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수출 회복을 위한 헤알화 가치 하락 유도는 약세 요인이지만, 내년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2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경기회복 기대감이 큰 건 통화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탄핵 후 취임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재정긴축과 함께 친기업형 경제개혁을 내세우고 있단 점과 8월말 외환보유액이 3700억달러로 단기외채 대비 6배가 넘어 자본유출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헤알화는 330원대로 하락했으나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단 전망이다.
다만 그동안 적극적으로 브라질 국채를 팔았던 삼성증권은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브라질 채권은 현재 매수상품으로 추천하지 않고 있다”며 “월 평균 10억원 가량 팔리지만 1~6월엔 매수가 거의 없었고, 7~9월에야 미미한 규모로 자금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브라질 국채는 여전히 신용등급이 투기등급(무디스 기준 `Ba2`)으로 초고위험 투자에 속해 증권사 영업점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최소 가입금액도 높은 편이다. 통상 잔존만기 7~9년인 10년물 국채에 투자하다보니 최소 500~1000만원은 있어야 가입이 이뤄진다.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2~3% 가량 선취수수료가 있고 환전 수수료는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