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아파트 리모델링 본격 시동..목동·상계동 기대감'솔솔'

by정다슬 기자
2016.05.12 15:48:59

[이데일리 정다슬 원다연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지역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이 큰 장이 설 전망이다. 이르면 9월부터 지은 지 15년이 된 아파트가 최대 3층까지 높여 지을 수 있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가 아파트에 도시재생 개념을 도입한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직·수평증축이 어려워 사업이 불투명했던 노후 단지들도 리모델링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시는 리모델링 사업 지원을 위한 ‘2025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 오는 9월 최종 고시한다고 12일 밝혔다. 경기도 성남에 이어 지자체로서는 두번째다. 수원시도 현재 관련 조례를 개정 중이다.

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리모델링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2038곳으로 이 중 168곳이 수직·수평증축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지만 현재 서울지역에서 리모델링 추진을 위해 조합이 설립된 공동주택단지는 24곳 밖에 안된다.

이 중 강남구 개포동의 대청아파트·대치2단지, 서초구 잠원한신아파트, 양천구 신정동 쌍용아파트 등이 수직증축을 추진 중이고, 용산구 이촌동 현대아파트, 개포동 우성9차 등은 아파트 가구 간 내력벽을 허물어 가로 길이를 넓히는 ‘수평증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기본계획 수립으로 이 단지들의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학수 대치2단지 리모델링주택 조합장은 “경기도 성남시는 이미 기본계획 조례가 통과됐고 수원시도 조례를 개정 중인데 서울시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올해 하반기 건축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도 리모델링 기본계획 수립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양천구 신정동 청록공인 관계자는 “리모델링 사업 추진 이후 쌍용아파트 매매가격이 5000만~6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이번 기본계획 발표로 사업이 가시화되면 아파트값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잠원 한신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연한인 2022년까지 기다려 재건축을 하자는 의견과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하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라며 “이번 계획 발표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아파트값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택 수를 늘려 일반분양을 하더라도 리모델링 부담금을 줄이기 어려운 노후 아파트들이다. 이들 아파트가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집주인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시 전수조사 결과 리모델링 대상 아파트의 91%인 1870개 단지는 이로 인해 증축을 통한 리모델링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가 대안으로 내놓은 게 ‘서울형 리모델링’이다. 시가 공사비와 조합 운영비 융자, 전문가 컨설팅 등의 공공지원을 통해 리모델링 사업을 도와주는 것이다. 집주인이 내야 할 금융비용을 최대한 줄여주는 대신 리모델링을 통해 증축된 단지 주차장이나 어린이집 등을 지역사회에 개방·공유하는 방안이다. 지역재생과 공공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정유승 서울시 주택건축국장은 “예를 들면 주민의 주차수요가 적은 낮 시간대에는 주차장을 개방하겠다는 업무협약 등을 맺는다는 것”이라며 “재건축의 기부채납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먼저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단지를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해보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연립주택 등 다가구주택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형 리모델링이 현재 사업성이 없는 노후 아파트의 리모델링을 촉진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금융비용이 리모델링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되지 않는다”며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아파트는 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아파트 단지는 사생활 보호나 방범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외지인에게 주차장 등 공용시설을 개방하는 데 거부감이 클 것”이라며 “그에 비해 시가 지원할 수 있는 당근책이 크지 않다면 호응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