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수익 기자
2015.10.19 17:45:28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전 차출됐던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회장 금호산업 인수시 외부통제 변수 사라져
그룹재무위험 확대되면 고스란히 아시아나항공 부담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대한민국 재계에서는 ‘열 손가락에 당당히 꼽히는’ 10대 그룹의 상징성이 유독 남다르다. 비단 오너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에게도 성공과 자부심의 상징이기도 하다. 10대그룹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오너의 의지는 종종 극적인 대형 인수합병(M&A) 성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2006년 12월 당시 3~4조원의 적정가치 평가를 받던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인수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판단도 그러했다.
회사를 10대그룹 반열에 올려놓는 전환점으로 대우건설이라는 초대형 매물을 선택한 박 회장은 풀베팅 승부수를 던졌다. 인수대금의 45%(2조8900억원)를 5개 계열사가 외부빚까지 끌어들여 십시일반 분담했고, 그보다 더 큰 55%(3조5300억원)는 연 9% 복리수익을 사실상 보장해준 조건(풋백옵션)으로 재무적투자자에게 빌린 돈이었다.
그렇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새 식구가 된 대우건설은 인수 초창기만 해도 그나마 형편은 나쁘지 않았다.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보다 많았던 대우건설의 재무지표가 결정적으로 나빠진 것은 대한통운 인수전 차출이었다. 박 회장은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또 한번 적정가치의 90%에 육박하는 풀베팅 승부수를 던졌고, 인수자금은 1년 반전 새 식구로 맞이한 대우건설에서 1조6000억원, 기존 식구 중 가장 믿을 만 했던 아시아나항공이 1조4000억원을 각각 분담토록 했다. 대한통운 인수전에 소환된 두 회사는 자체자금을 소진하고 교환사채 등 타인자본에 의존하면서 이자비용이 불어났다.
급기야 연이은 초대형 인수합병을 놓고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갈등을 빚으며,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는 계기가 됐다. 대한통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나란히 차출됐던 ‘소녀가장’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도 결국 다른 식구가 됐다.
그리고 기존식구였던 아시아나항공에게는 떠나는 식구들이 남기고 간 숙제를 처리하는 몫까지 주어졌다.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떠나면서 남긴 금호터미널, 아시아나공항개발, 아스공항(현 아시아나에어포트)을 재매입한 것이다. ‘공항’ 이름이 붙은 계열사 2개는 아시아나항공이 필수적으로 재매입해야했던 회사였지만, 금호터미널까지 사들인 것은 분명 소녀가장의 숙명이었다.
금호그룹이 대한통운을 도로 내다 팔 당시 유력 인수후보자 중 한 곳이었던 롯데그룹은 금호터미널까지 포함한 인수의사를 타진했지만 박삼구 회장은 금호터미널을 분리해 대한통운만 팔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고, 결국 롯데는 인수전에 불참했다. 분리매각을 수용한 CJ가 인수자로 낙찰됐고 남겨진 금호터미널은 아시아나항공의 몫이었다. 원래 금호그룹 소유였던 금호터미널이 연이은 인수합병 부담으로 ‘새식구’였던 대한통운으로 잠시 넘어갔다가 다시 아시아나항공으로 이전된 것이다. 지금의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분구도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 순으로 만들어진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