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림해진 삼성 수뇌부…스피드 경영으로 '위기극복'

by장종원 기자
2015.06.22 19:31:00

계열사 매각, 조직 통합으로 사장단 규모 줄어
이재용 부회장과 소통 강화, 의사결정 단순화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삼성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 부재중인 가운데서도 기민하게 사업구조 개편을 진행해왔다. 사업 성격이 유사하고 실적이 다소 부진한 사업은 한데 묶어 몸집을 줄이고 연관성이 적은 분야는 과감히 정리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에서 주력 및 미래성장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개편 과정에서 수뇌부라 할 수 있는 삼성 사장단도 슬림해졌다. 삼성테크윈(012450)·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매각에 따라 소속 사장이 이탈했고 삼성SDI(006400)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일 사장 체제로 바뀌었다. 삼성전자(005930) 무선사업부도 사장단이 7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오너 일가 등을 제외한 삼성 계열사 사장단은 51명으로 지난해 이맘때와 비교해 4명이 감소했다.

기업의 지배구조 및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수뇌부가 줄어든 것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대개 개편이라는 과정이 조직 확장보다는 효율화·슬림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역시 지난해 10월 삼성테크윈 등 방산·화학 4개사를 한화에 매각하는 ‘빅딜’을 단행했고, 삼성SDI는 에너지솔루션부문과 소재부문의 양 부문체제를 4개 제품단위 사업부 체제로 개편했다. 실적 악화를 겪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역시 소프트웨어 인력을 전환 배치하는 등 군살 빼기를 했다. 합병이 무산됐지만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통합 시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CEO가 줄어드는 것은 일반적”이라면서 “삼성그룹 역시 추가적인 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CEO 숫자가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수뇌부 축소는 의사 결정 구조를 단순화해 경영의 스피드를 높이는 것은 물론 최고 경영자와의 소통을 강화한다. 전문경영인에게 권한을 주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식으로 조직을 운영하려는 이재용 체제 출범 초기에 적합한 구조라는 설명이다. 특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엘리엇 파동을 조기에 수습하고 조직을 혁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사업의 효율화를 꾀하면서 바이오 등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삼성에 조직의 슬림화는 필연적”이라면서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메르스 사태와 엘리엇 파동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