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겨냥한 與 감사원장 겨냥한 野…“정쟁에 빠진 국감장”

by정다슬 기자
2013.10.29 18:16:39

[이데일리 정다슬 이도형 기자]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29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서울고법·중앙지법 등 12개 법원을 대상으로 진행됐지만 주인공은 감사원장 후보자와 문재인 의원이었다.

피감대상 기관장 가운데 한명인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감사원장 내정자 신분이었기에 야당 의원들의 질의는 황 법원장에 대한 ‘예비 감사원장 인사청문회’를 방불케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비방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안도현 시인의 국민참여재판에 방청한 것을 놓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공세를 펼쳤다.

피감기관이 지난 1년동안 제대로 운영을 해왔는지를 밝히는 국정감사가 당리당략에 치우치면서 국감 본연의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감사원장 후보로 내정된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황찬현 법원장의 감사원장 내정이 법조계에 외풍을 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성보 전 법원장과 서기석 전 법원장이 각각 취임 3개월, 1개월만에 국민권익위원장과 헌법재판관으로 이동한데 이어 황 법원장 역시 취임 7개월만에 감사원장으로 가는 것은 서울중앙지법원장이 현 정권에 맞는 인사의 승진코스가 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사법부와 행정부가 인사를 교류하고 법원장이 의전서열 7위이자 사정기관의 수장인 감사원장의 자리에 가는 것은 ‘삼권분립’이 아닌 ‘삼권융합’”이라며 “하석상대(下石上臺)로 나라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감사와 관련된 경력이 없는 황 법원장이 감사원장에 내정된 배경에 황 법원장과 마산중·서울대 법대 동문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리잡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황 법원장은 ”김기춘 실장으로부터 감사원장 후보로 낙점 받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홍경식 민정수석(서울대 법대 동문)은 법조 선배로 알아 모임에 가서 겨우 인사하는 정도의 사이고, 김 비서실장과 사적으로 전혀 교류하거나 만난 일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국감에서 문재인 의원이 28일 안도현 시인의 재판을 방청한 것에 대해 “재판을 정치화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방청석에 앉아 배심원들과 재판 내내 마주 앉아있었다. 이렇게 되면 배심원들이 고뇌 끝에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런 식으로 밖에서 훼방을 놓으면 왜곡되고 의심받는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의 권성동 의원은 정치적 성향을 가진 재판에 배심원제도를 도입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특수부 검사출신인 권 의원은 “사실관계를 따지는 것이 아닌 사건을 두고 국민참여재판하는 것이 말이 되나”며 “배심원들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예상하고 재판책임을 배심원에게 돌리면서 면책받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여당의 지적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참여재판 배심원들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전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외압 의혹을 받으며 물러나면서 공소장 변경이 기존 수사팀의 의견대로 법원의 허가가 날 것인지를 두고 여야의 신경전 역시 팽팽했다. 공소장 변경 승인 여부는 오는 30일 날 것으로 보인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원의 SNS팀이 앞서 기소했던 국정원 직원들의 인터넷 댓글 작성 혐의와 동일성이 인정되는 포괄일죄(기존 수사팀 견해) 관계로 볼 것인지 동일성이 없는 실체적경합(원세훈 전 원장 측 주장) 관계로 볼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실체적 경합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범계 의원은 “포괄일죄니 실체적 경합이니 이런 말은 안하겠다”면서도 “원 전 원장의 지시를 전 직원이 공유하고 제대로 시행됐는지 재확인됐다. 일련의 단일한 지시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며 공소장 변경을 주장했다.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정쟁(政爭)과 관련된 사항에 집중됨에 따라 정작 피감기관의 운영사항에 대한 감사는 소홀해졌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1년에 한번 뿐인 국감인데 1년 동안의 국감인지, 청문회장인지 헷갈린 적 많다”며 “가급적 1년동안 서울고법이 한 사무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이후 김 의원은 고법의 판결 내용에 대해 질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