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韓 법인세 낮춰야…외국인 직접투자 더 줄어들 수도”

by김미영 기자
2024.12.02 17:23:00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인터뷰
“트럼프, 1·2기 집권으로 법인세 20%p 내릴 듯”
“한국과 격차 커져…외국인투자 매력 더 떨어져”
관세전쟁엔 “예단 어려워…관전 통해 대응힌트 얻어야”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대로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춘다면, 미국은 트럼프 1기 때인 2017년부터 7~8년간 법인세율을 35%에서 20%포인트가량 낮추는 셈이 됩니다. 한국도 당장은 어렵겠지만 점진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국책연구원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이시욱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취임 후 공약이행의 속도전에 나설 것으로 봤다. 미국 내 생산공장·기업에 대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1→15%) 공약도 마찬가지다. 공약대로면 한국의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24%)과 격차가 더 벌어진단 점을 이 원장은 우려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사진=KIEP)
이 원장은 최근 세종 집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트럼프 정책은 미국 내 생산을 독려하는 데 비해, 한국은 2019년 외국인투자기업에 적용하는 법인세 인센티브를 폐지하는 등 외국인 직접투자지로서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인세율 격차 확대 시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반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는 둔화될 가능성을 짚었다. 이 원장은 “정부와 정치권 등이 합심해서 환골탈태 수준으로 법인세를 포함한 전반적인 기업환경을 개선해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관세폭탄’ 카드를 연일 꺼내 드는 데에도 주목했다. 그는 “멕시코·캐나다에 25% 관세를 매길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실제 이행할지, 위협적인 협상용 발언인지는 취임 첫날이 돼봐야 알 것”이라며 “보복관세란 반작용을 낳을지 여부 등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부과 문제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관세문제에 대한 미국정부의 기조를 가늠하는 결정적인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트럼프 2기 시대의 도래는 한국경제에도 ‘커다란 도전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미 국내외 기관에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 조정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단 평가다.



우리나라는 환율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표적인 국가로, 이 원장은 트럼프 시대가 몰고 올 ‘강달러 흐름’이 고환율·고물가를 야기해 내수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도 그는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한국이 유독 힘들어지는 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0%대 성장률 전망치가 나오는 독일, 120조원대 추경을 편성한 일본 등 주요국들이 다 힘든 상황”이라며 “내수 부진에 미국의 압박까지 커진 중국은 더 어려워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중국의 기술 경쟁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한다는 트럼프의 공약대로면 한국은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당분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등 기회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특히 트럼프 2기 정부에 대응하기 위해선 트럼프 당선인에 이해가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며 “집권 후에 공화당의 입지를 공고히 한 윌리엄 매킨리,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궤적을 밟으려 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두곤 “매킨리의 관세 인상을 앞세운 보호무역주의와 레이건의 감세·규제완화, 방위비 지출 확대 정책을 배합한 구조”라며 “(중장기적으로 트럼프가문을) 공화당 버전의 케네디가(家)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이 지향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해야 그에 따른 영향도 예측할 수 있다”며 “두 전직 대통령의 정책들이 거시경제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