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24.07.18 16:41:41
부통령 수락직 연설 나선 밴스
미국 우선주의, 마가 승계자 드러내
즉각 대응 나선 민주당..해리스 “고무도장 될 사람뿐”
[밀워키=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동맹국들이 세계 평화 수호의 부담을 분담하도록 하겠다. 미국 납세자의 관대함을 배신하는 나라들의 무임승차는 더 이상 없다.”
트럼프 ‘아바타’다운 포문이었다. J.D. 밴스(39) 공화당 부통령 후보(오하이오 연방 상원의원)은 ‘미국 우선주의’와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승계자임을 명백히 드러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 3일차 하이라이트인 부통령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아이들을 보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강조해 온 동맹의 방위비 분담 강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미국 정치인 경력이 고작 2년이 채 되지 않는 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를 러닝메이트로 발표한 지 이틀 만에 공화당 선거운동의 중심에 섰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원조 확대에 오랫동안 반대한 그는 앞으로도 ‘미국 우선주의’를 보다 내세우겠다는 뜻을 거침없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피부색에 상관 없이 미국 시민들을 우선할 것”이라며 “간단히 말해서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장에서는 ‘J.D. USA’ 등 함성이 터져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밴스를 부통령에 임명한 이유 중 하나는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미국 중북부 러스트벨트(rust belt·미국 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인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주 등에서의 표심을 보다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예상대로 그는 이날 득표에 요긴하게 활용될 ‘돌격대’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밴스는 자신의 성장과정을 앞세워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자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연설을 집중했다. 본인의 고향인 오하이오를 9번, 미시간주를 6번, 펜실베이니아주를 5번, 위스콘신주를 3번 언급했고,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대표되는 ‘워싱턴의 무능한 정치세력’이 러스트 벨트 지역을 소외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가 4학년일 때 조 바이든이란 직업 정치인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라는 나쁜 무역 협정을 지지했고, 수많은 좋은 일자리를 멕시코로 보냈다”며 “공화당 티켓은 외국 노동력을 수입하지 않을 것이고 대신 공장을 재건하고 공급망을 보호하며 점점 더 많은 제품에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아름다운 라벨을 찍을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자유무역협정이 오히려 미국 백인 노동자의 삶을 짓밟았다는 점을 파고 들면서 러스트벨트의 산업을 다시 되살려 이들의 위상을 회복시키겠다는 뜻으로, 미국산 제조 확대와 보호무역 기조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밴스는 “항상 그렇듯 미국의 지배층이 백지수표를 쓰고 우리가 소속된 지역 커뮤니티가 그 대가를 치렀다. 나는 내가 어디 출신인지 잊지 않는 부통령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조와 비노조를 막론하고 노동자에게 답하는 지도자, 다국적 기업에 팔아넘기지 않고 미국 산업을 옹호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트럼프를 추켜 세웠다.
밴스 의원 외에도 이날 전당대회는 출소한 ‘트럼프 경제 책사’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국장, 그래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10대 딸 등이 연사로 나서면서 미국 우선주의, 마가를 강하게 설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