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짜뉴스 수사 착수
by방성훈 기자
2024.01.11 15:46:21
SEC, X계정 해킹 및 가짜뉴스 게재 "OIC·FBI와 조사중"
해킹 방법·수혜 대상 등 SEC 내외부 전방위 수사
2단계 인증 비활성화한 SEC에 비난 화살 집중
"131.4조원 영향 미쳤을수도"…美의회도 조사 움직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이 해킹을 당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가짜뉴스가 확산한 사건과 관련,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SEC는 이날 성명을 내고 “SEC의 공식 엑스 계정에 게재된 ‘승인되지 않은 콘텐츠’는 SEC가 초안을 작성하거나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SEC는 이 문제를 계속 조사하고 있으며, 감사관실(OIC), FBI 등 적절한 법 집행 기관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SEC의 공식 엑스 계정에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다는 글이 올라왔고, 15분 뒤 SEC는 공식 계정이 해킹을 당했다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승인 사실도 부인했다. SEC가 최종 승인 여부를 공지하기로 한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두고 시장 관심이 집중됐던 터라 막대한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의 중심인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 대비 7% 가까이 급락했다.
크리스탈 블록체인의 정보 담당 이사인 닉 스마트는 “이번 가짜뉴스는 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경우 올해 최대 1000억달러(약 131조 3500억원)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해킹이 어떤 식으로 진행됐는지, 누가 이 사건으로부터 이익을 얻었는지 등에 대해 SEC 내·외부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의회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인 셰러드 브라운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SEC 계좌에 대한 무단 접근이 우리 시장과 기관의 임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SEC가 위원회에 최신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며 OIC에도 이번 사건을 조사할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J.D. 밴스 상원의원과 톰 틸리스 상원의원도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세계 자본 시장의 진원지를 규제하는 역할을 맡은 기관이 그런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며 관련 브리핑을 요청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도 겐슬러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실패는 용인할 수 없다. 당신이 이끄는 기관이 민간업체에 요구하는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러한 일이 어떻게 일어났으며,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SEC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오는 17일까지 브리핑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사건 직후엔 해킹을 막지 못한 엑스도 도마 위에 올랐으나, 엑스의 조사 결과 SEC가 2단계 인증을 활성화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SEC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SEC가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해킹을 당했던 전력이 있음에도 여전히 보안을 허술하게 관리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