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지개발 ‘근거’ 마련됐으나 업계 “관행 개선이 중요”
by장영은 기자
2020.05.25 16:16:55
원격지개발 ‘청신호’…기업 효율성·개발자 근무환경 ↑
업계 “근거 마련됐지만 실제 적용되려면 관행 개선돼야”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20년만에 전면 개정된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SW진흥법)이 통과로, 업계의 숙원이었던 원격지 개발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회의에서 SW진흥법이 통과됐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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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W진흥법 내용 중에서 업계에서 특히 반기는 대표적인 조항을 꼽으라면 열에 여덟아홉은 원격지 개발을 꼽지만, 실제 적용에 대한 우려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원격지 개발은 기업이 공공SW사업을 수주해 개발을 진행할 때 발주처인 정부 기관 등과 떨어진 곳에 개발 장소를 두고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공공 SW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해당 사업에 배정된 개발자들이 발주처, 혹은 발주처와 가까운 곳에 따로 작업장소를 마련해 개발을 진행해 왔다. 발주처의 프로젝트 관리가 용이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SW진흥법은 공공사업을 수주한 기업이 수행 장소를 제안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발주처는 수주 기업이 보안요구사항을 준수하는 장소를 제안하면 우선 검토해야 한다.
작업장소는 기업의 비용 부담은 물론, 기술자들의 근무환경 및 처우와도 직결된 문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공공SW사업을 발주하는 정부나 기관측이 대부분 지방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의 본사를 두고 있는 SW 기업들은 공공사업 수행을 위해 따로 사무실을 마련하거나, 개발자들은 장기 파견근무를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 대형 IT서비스 회사 관계자는 “원격지 개발이 가능해지면 기업들이 개발 인력을 훨씬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효과고 있다”며 “업계의 폐단으로 지적되는 헤드 카운팅(인력 수로 사업비를 책정하는 방식) 관행 개선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적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대형 IT서비스 회사 관계자는 “발주처가 절대적인 갑(甲)인 상황에서 원격지 개발의 근거가 마련됐다고 해도 잦은 회의나 보안상의 이유를 구실로 근거리에 개발장소를 마련하라고 할 수 있다”며 “고객사가 원하면 그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정부 기관 등은 정보 유출, 개인 정보 보호 등의 보안 우려를 들며 원격지 개발 도입을 꺼려왔다. ‘원격지 개발 센터’와 같이 공공의 보안 규정에 맞는 제3의 장소를 수도권에 설치해 개발하는 방안이 절충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는 발주처인 공공 입장에서는 원격지 개발일 수 있지만, 수주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력 운영이 자율성이 여전히 제한되고 개발자들의 근무 피로도 역시 다소 감소하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중견 IT서비스 기업 관계자는 “원격지 개발의 핵심은 클라우드 등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어디서든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자율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원격 근무보다는 원격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법 시행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중요하다”며 “법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작동할 수 있도록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