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키워서 남는 건 230만원 적자와 소똥 뿐” 상경 투쟁 나선 농민들

by한전진 기자
2024.07.03 17:48:11

전국한우협회 1만2000여명 여의도 국회앞 상경 투쟁
치솟은 사료값 한우 생산비 폭등…도매 가격은 폭락 중
"늘어나는 수입산 쇠고기…한우 산업 보호책 마련되야"
"한우법 반대한 대통령…소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라"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반납 투쟁’ 집회에서 한우 농가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전국한우협회 소속 한우농가 약 1만 2000여명의 농민들이 상경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국내 한우 산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한우의 생산비는 폭등하고 있지만 도매가격은 하락해 절망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호소다. 이들은 한우산업 지원법 통과, 사료값 인하, 암소 2만두 시장 격리 등을 요구했다.

전국한우협회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우 반납 투쟁 집회를 개최했다. 한우 반납 집회는 농민들이 집회 현장에 소 떼를 끌고 와 정부에 이를 반납하는 퍼포먼스다. 한우 반납 집회가 열린 것은 한우 가격 폭락,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가 있었던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조합원 삭발, 비료 포대로 축사 모형을 부수는 등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농가가 나선 이유는 만성적인 적자 때문이다.

수년간 사룟값이 폭등해 한우 생산비는 급등했지만 경기 침체 등 한우 소비가 줄면서 경영난이 깊어지고 있다. 민경천 전국 한우협회 회장은 “2021년만해도 한 마리당 29만원의 수익을 안겼지만 지난 2022년 69만원 적자로 돌아서더니 지금은 마리당 230만원 이상의 적자가 나고 있다”며 “벼량 끝에 몰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 (오른쪽 두번째) 회장 및 임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반납 투쟁’ 집회에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배합사료 가격은 ㎏당 전년 대비 3.1% 오른 578원으로 조사됐다. 2020년과 비교하면 40.4%나 치솟았다. 반면 한우 도매가격은 지난달 ㎏당 1만6846원으로 1년 전 대비 7% 내렸다. 평년 가격과 비교하면 20%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한우 농가의 경영난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경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우 수급 상황을 ‘안정-주의-경계-심각’ 등 4단계 중 최상위 단계인 ‘심각’으로 평가했다. 심각 단계는 수급 불균형으로 농가 소득 손실이 발생하는 단계다. 특히 프랑스산, 아일랜드산 소고기의 수입도 앞두고 있다. 2026년에는 미국 소고기에 대한 관세도 폐지될 예정이다.

하원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이날 연대 발언을 통해 “국내 소고기 소비의 70%가 수입산이라는데 한우 농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부터 막아야 할 상황”이라며 “정부는 농민이 고물가의 주범이라고 한다. 식량안보를 외치면서 소를 키우는 게 죄라고 한다”고 일갈했다.

앞서 한우 농가 지원을 위한 한우산업 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민 회장은 “‘튼튼한 농업, 잘사는 농민’을 만들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농정철학 아니었나”라며 “한우 농가는 치솟은 사룟값 등 생산비 폭등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더이상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우협회는 △한우산업지원법 제정 △한우 암소 2만두 시장 긴급 격리 △사료가격 인하 △사료구매자금 상환기한 연장 △최저생산비 보장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연동제 △수입쇠고기 무역장벽 마련 △2025년 농업·한우 예산 확대 등 9가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우협횐는 정부가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집회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한우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반납 투쟁’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한우 축사 파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