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향해 ‘손가락 욕’ 날린 초등생, 재심의서 “교권 침해 맞다”

by이재은 기자
2024.06.11 18:33:49

다툼 생활 지도한 교사 향해 손가락 욕설
학교 교보위서는 “교권 침해 아냐” 결론
행정심판 제기 후 교육지원청 교보위서
재심…“생활지도 불응, 교육활동 방해”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다툼을 중재하던 교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한 초등생의 행동은 ‘교권 침해’라는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의 재심의 결과가 나왔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뉴스1)
11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교보위는 초등학생 A군의 행동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전날 피해 교사 B씨 등에게 통지했다.

A군은 지난해 12월 충남 논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다른 학급 담당인 B 교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해 학교 교보위에 회부됐다.

B 교사는 A군이 C군과 다투는 것을 보고 이들을 복도로 불러 “서로 오해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는 주의하자”고 말하는 등 생활지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학생은 A군이 욕설했다는 이유로 싸웠으며 이에 A군은 “욕설하지 않았다”며 시간을 두고 이야기하자는 B 교사를 무시한 채 “아이씨”라고 말한 뒤 교실에 들어갔다. 이어 동급생들 앞에서 B 교사에게 손가락 욕설을 했다.

B 교사 측은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를 신청했지만 돌아온 것은 ‘학생이 반성했으니 교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결론이었다. 교사에게 하면 안 되는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학생 스스로 반성했다는 등 이유에서였다.



이후 B 교사는 모욕감과 불안, 수면장애로 약물 치료를 받기도 했으며 지난 2월 충남교육청에 학교 교보위 결과에 대한 행정심판을 요청했다.

행정심판에서는 학교 교보위 결과를 취소하라는 판정이 나왔고 개정된 교원지위법상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이 지난달 28일 교보위 재심의를 진행했다.

교보위는 A군이 B 교사에게 ‘아이씨’라고 말하고 지도 중 교실 문을 소리 나게 닫고 들어간 점, 교사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한 사실 등을 모두 인정했다. 또 A군의 행동은 B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해 의도적으로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교보위는 B 교사에게 심리상담 및 조언, 치료 및 요양, 그밖에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했다.

대전교사노조는 “이번 결정으로 교권침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침해를 당한 선생님들이 용기를 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