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타깃은 철강·화학…삐거덕 '수출 코리아'(종합)

by김정남 기자
2016.09.30 18:07:51

반덤핑관세 등 무역구제조치, 철강·화학 집중
"파악 힘든 보호무역조치 상당기간 지속될듯"
우리나라 수출에 부담 클듯…"정부대응 중요"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철강 화학 같은 전세계 공급과잉 업종에 ‘관세 폭탄’이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반덤핑관세 등 무역구제조치의 대부분이 이런 업종에 적용된 것이다.

마냥 남의 일이 아니다. 철강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보호무역의 주요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수출에 직접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정부도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천명하고 있어 더 주목된다.

30일 한국은행이 ‘최근 글로벌 보호무역 흐름’ 보고서에서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인용한 결과를 보면, 2010~2015년 중 전세계 반덤핑관세가 적용된 업종은 철강(33%) 화학(24%) 플라스틱(1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덤핑관세는 수입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려는 목적의 무역구제조치 중 한 종류다. 외국상품이 정상가격의 범위 이하로 수입될 때 수입국 정부가 정상가액과 덤핑가격의 차액만큼 관세로 부과하는 조치를 말한다.

반덤핑관세 뿐만 아니다. 상계관세도 철강(44%) 화학(19%) 플라스틱(8%) 순으로 많이 적용됐다. 상계관세는 생산 혹은 수출 과정 중 직간접적으로 보조금을 받은 외국상품이 수입될 때 그 보조금만큼 추가 부과되는 관세다.

정상적으로 수입됐지만 국내 산업에 피해가 우려될 경우 추가 관세를 적용하는 세이프가드 역시 비슷한 기류다. 철강과 화학 분야의 비중이 각각 34%, 12%로 가장 높다.

조인우 한은 국제경제부 조사역은 “전세계 관세율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파악이 어려운 무역구제조치와 비관세조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호무역주의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무역구제조치는 2004~2007년 연평균 154건에서 2012~2015년 184건으로 증가했다.



관세 외에 교역을 제한하는 위생·검역조치, 기술장벽 등 비관세조치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기술장벽에 막히는 대표적인 산업군은 전자기기(20%) 기계·장비(12%) 화학(11%) 등으로 조사됐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우리나라가 보호무역의 주요 대상국이라는 점이다. 수출, 특히 철강 화학 전자 등이 주력인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WTO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도입한 무역구제조치는 2005~2008년 연평균 8.8건이었는데, 2012~2015년 때는 13.5건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본격 시행(in force) 전 조사(investigation) 단계의 건수가 많아 우려된다. 같은 기간 조사개시 건수는 연평균 11건에서 22건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추후 무역구제조치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는 무역구제조치와 비관세조치 방식의 보호무역주의 주요 업종이 우리의 주력 업종과 겹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미 국내 철강 화학 등의 업종을 공급과잉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베인앤컴퍼니에 각각 컨설팅을 맡긴 결과 철강 품목은 23억8000만t 공급량 중 7억5000만t(32%)이, 석유화학 품목은 33개 품목 중 4개 품목(12%)이 공급과잉 상태였다.

조인우 조사역은 “세계적으로 철강 화학 등은 단기간에 공급량 조정이 쉽지 않아 보호무역 압력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전세계 보호무역 흐름 장기화에 대비해 정부 기업 전문가 등의 전방위적인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대부분의 조치가 각국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만큼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 조사역은 이어 “수출 품목과 지역을 다변화하고 주력 수출품의 기술을 혁신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보호무역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국내 철강업종은 앞으로 공급과잉이 더 늘 것”이라면서 “2020년까지 사업재편을 빨리 해서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