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새해 첫날 3%대 털썩…시총 1위 자리 지킬까
by양지윤 기자
2024.01.03 16:40:48
점점 멀어지는 '꿈의 시총' 3조달러
영국계IB 바클레이스, 투자의견·목표주가 '하향'
中 수요둔화에 4분기 실적 전망도 '흐림'
AI 등에 업은 MS, 애플 추월 전망도 나와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의 시가총액이 새해 첫 거래일부터 1000억달러 이상 증발했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사실상 매도에 해당하는 ‘비중축소’로 낮췄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한때 ‘꿈의 시총’ 3조달러를 정복했던 애플이 2조8900억달러대로 쪼그라들면서 연내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 아이폰15 중국 출시 첫날인 지난해 9월22일 상하이 애플스토어에서 중국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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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89달러(3.58%) 내린 185.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13일(184.8달러) 이후 약 7주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시총 규모 역시 2조8872억달러로 3조달러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애플 주가가 새해 첫날부터 휘청거린 것은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부정적 평가를 내린 탓이다. 바클레이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애플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로 낮추고, 목표 주가를 기존 161달러에서 160달러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바클레이즈의 팀 롱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국에서 아이폰15의 부진한 판매는 (향후 출시 예정인) 아이폰16의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며 애플의 하드웨어 전반이 판매량 부진을 겪을 것으로 판단했다.
애플은 작년 초부터 수요둔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와의 경쟁에서 밀려 저조한 성적을 거둔 데다, 중국 정부가 공무원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는 비공식 지침을 발표하는 등 악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월스트리트가(월가)에서는 애플의 4분기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애플에 고수익을 안겨주는 서비스 부문의 성장세 둔화도 주가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서비스 부문은 애플 전체 매출 가운데 아이폰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서비스 부문이 예상보다 나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바클레이즈는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애플이 각종 송사에 얽혀 있어 향후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 검색엔진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는 구글은 현재 법무부와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이다. 구글이 매년 대규모 자금을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 등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다른 검색 엔진 경쟁사와의 거래를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애플은 구글 기본 검색엔진을 탑재하기 위해 검색 광고 수익의 36%를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애플 역시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구글이 최근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와 앱스토어와 결제 서비스를 둘러싼 소송에서 패하면서 애플 앱스토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롱 애널리스트는 “올해 구글 트래픽획득비용(TAC)에 대한 첫 판결이 나올 수 있으며, 일부 앱스토어 관련 조사도 강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애플 시총이 2조8900억달러대로 추락하면서 연내 시총 2위 MS(2조7564억달러)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양사의 시총 격차는 현재 1300억달러대로 좁혀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2024년 기업 전망’을 통해 MS가 적극적인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힘입어 애플을 제치고 올해 세계 시가총액 1위에 등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MS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제휴한 덕분에 생성 AI 물결을 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 판매 증가와 애저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시가총액 선두로 도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