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반등·인플레 부합…미 증시 모처럼 '안도 랠리'
by김정남 기자
2023.03.14 23:46:25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모처럼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 실리콘밸리(SVB) 파산 후폭풍이 조금씩 잦아들면서 폭락했던 은행주들이 반등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지표가 시장 예상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다만 SVB 사태의 파장을 아직 가늠하기는 어려워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6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33% 상승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85%,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17% 각각 오르고 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4.56% 급락한 22.66을 기록하고 있다.
|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지점. (사진=김정남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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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급등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이후 이렇다 할 충격이 없는 와중에 은행주들이 일제히 반등하고 있어서다.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특히 ‘제2의 SVB’ 위기설이 돌며 전날 61.83% 폭락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현재 55.82% 반등하고 있다.
블리클리 파이낸셜그룹의 피터 부크바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가 알고 있는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은 더이상 없고 상황은 차분하다”며 “정부가 암묵적으로 모든 예금을 보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은행들의 어려움은 생존 여부보다 수익성 전망”이라고 했다. 글로벌X의 존 마이어 CIO는 “지역 은행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은행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고 전했다.
개장 전 나온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0%를 기록했다. 직전 월인 올해 1월(6.4%)보다 낮아졌고,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6.0%)와는 같았다. 전월 대비 CPI는 0.4% 올랐다. 이 역시 예상치(0.4%)에 부합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5.5% 올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0.5% 뛰었다. 시장이 당초 예상한 수치는 각각 5.5%, 0.4%였다. 실제 지표는 월가 예상을 약간 웃돌았다. 근원물가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뺀 것이어서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주거비(0.8%), 교통서비스(1.1%) 등 서비스 물가는 큰 폭 뛰었다.
시장은 예상에 부합한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온 이후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번달 25bp(1bp=0.01%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데 기울고 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이날 오전 현재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25bp 올릴 확률을 83.4%로 보고 있다. 전날 65.0%보다 높아졌다. 이날 보고서는 FOMC 전 마지막으로 나온 주요 물가 지표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금융 공포 속에서 연준은 성장보다 물가 안정을 우선하며 25bp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했다.
뉴욕채권시장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채권금리 상승). 현재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31.7bp 급등한 4.347%를 나타냈다. SVB 사태 이후 금리가 급락한데 따른 반작용으로 보인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4.2bp 상승한 3.657%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