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의 세가지 특이점…태생지·역주행·역변
by김경은 기자
2022.09.05 16:50:28
지금까지 이런 태풍은 없었다…940hPa로 제주 최근접
세력 잃지않고 상륙하는 힌남노…만조시간대에 닥친다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역대급 세력을 유지한 채로 한반도에 상륙하는 데는 세 가지 힌남노의 특이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가장 고위도에서 발생해 남쪽으로 역주행한 뒤 북위 30도를 넘으며 세력이 이례적으로 커졌다. 태풍계의 ‘이단아’로 불리고 있는 힌남노가 6일 우리나라에 상륙한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태풍의 눈이 뚜렷한 형태의 중형 태풍으로 발달해 이날 자정 무렵 제주도에 최근접한다. 이 때 중심기압은 940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47㎧, 강풍반경 410㎞로 ‘매우 강’의 강도겠다. 역대 한반도 영향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강도로 예상된다.
힌남노가 이같이 강한 강도로 유입되는 것은 한반도에 근접하는 시기에 이례적으로 세력을 일시적으로 키워 접근하기 때문이다.
통상 태풍은 북위 30도를 지나면서 약해지는 것과 달리 힌남노는 이 때가 절정기에 이르며 중심기압이 930hPa까지 기압이 낮아졌다. 태풍은 기압이 낮을수록 세력이 강하다. 태풍의 양 가장자리로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자리하고 있고 북측의 제트기류까지 합세하며 태풍의 회전력을 강화시키는 이상적인 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 태풍 힌남노는 슈퍼태풍 가운데 아열대 바다가 아닌 북위 25도 이북에서 발생한 첫 태풍이며, 이동경로도 포물선을 그리며 북진하지 않고 남쪽으로 역주행해 고수온역에 한참 머물렀다.
이 같은 독특한 태풍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최근접한 이후로도 세력이 유지되는 데는 남해안의 수온마저 평소보다 뜨겁기 때문이다. 평년대비 1도 가량 높은 29도를 넘어가고 있다. 한반도 주변의 열용량도 풍부한데다 기단과 기압계 배치, 대기 상층의 흐름까지 태풍에겐 최적의 환경이란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가장 고위도에서 생긴 슈퍼태풍이면서 고기압성 회전을 따라가지 않고 남쪽으로 역주행했고, 북위 30도에서 전향하는 시점에 이례적으로 세력을 키웠다”며 “우리나라 남해안의 해수면 온도도 발달할 조건이라 약화하지 않은 채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힌남노는 6일 오전 5~6시 무렵 경남 남해안 일대에 상륙하는 때에도 중심기압 950hPa, 최대풍속 43㎧의 역대 최강의 세력으로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힌남노는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속도가 빨라져 포물선을 그리며 낮 12시 울릉도·독도를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나가겠다. 우리나라 육상을 지나는 동안에도 세력을 지켜내며 960hPa의 ‘강’의 강도를 유지한 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힌남노는 선선한 바람이 부는 9월에 북상하면서 찬 공기와 만나 무려 14㎞ 높이의 비구름대를 만들어냈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 않아도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이유다.
우리나라 남해안의 만조시간대에 상륙하는 점도 문제다. 만조시간대와 겹치면서 집채만한 파도가 해안가로 밀어닥칠 수 있다. 태풍 경로 인근인 남해안 부근은 최대 12m 이상의 높은 물결이 일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이는 유의파고 수준으로, 최대파고는 15m 이상도 가능하다고 기상청은 전했다.
제주도는 6일 아침까지, 남부지방은 5일 밤부터 6일 오전, 동해안은 6일 오후까지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순간 최대풍속은 제주도, 전남남해안, 경남권해안, 울릉도·독도 40~60㎧, 강원영동, 경북동해안, 전남서해안 30~40㎧, 그 밖의 남부지방, 충청권, 강원영서남부 20~30㎧, 수도권, 강원영서중북부 15~20㎧다.
비는 제주도, 남해안, 경상권동해안, 강원영동, 지리산 부근, 울릉도·독도는 시간당 50~100㎜, 그 밖의 지역 50㎜의 매우 거센 비가 내리겠다.
한 예보관은 “지금부터는 시설물 점검 등의 단계가 아니라 인명피해 예방 단계”라며 “외출을 한다거나 상황을 살피러 나가지도 말고 안전한 곳에 머물며 인명피해에 대비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