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공개’ 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 논란…朴 측근까지도 '공분'(종합)

by이용성 기자
2020.12.28 16:56:54

故 박 전 시장 피해자 측 손편지·실명 온라인에 유포
서울시장성폭력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잇단 '반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이자 인권침해" 비판 목소리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A씨가 시장 비서 재직 당시 쓴 손편지와 A씨의 실명이 공개된 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뿐만 아니라 박 전 시장의 측근들까지 일제히 ‘2차 가해’를 멈추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28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 유포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진보쪽 여성 단체가 모인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28일 서울 중구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과도할 정도로 자행되고 있다”면서 “(손편지 등) 업무 수행 당시 기록들을 유포하는 행위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A씨의 실명이 알려지면서 A씨의 가족들까지 ‘맞느냐’는 확인 전화를 받았다”며 “이러한 2차 가해, 인권 침해가 이어지면 앞으로 어떤 성폭력 피해자가 나설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여성가족부에 피해자 인권보장을 위한 긴급조치 촉구 서한을 제출하고, 서울시에 피해자 신상 및 정보를 유출한 자를 징계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청에는 유출자를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보수계열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도 이날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배 법세련 대표는 “피해자의 손 편지나 실명을 공개한 행위는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인권위에 진정도 냈다.



박 전 시장의 일부 측근들마저도 분노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박 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이대호 전 서울시 미디어비서관 등 참모진들은 입장문을 통해 “피해자의 이름과 신원이 드러나는 자료를 유포하는 행위는 피해자에게 다시 한 번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23일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자필 편지 세 장을 페이스북에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이 자료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하는 과정에서 수분간 피해자의 실명을 온라인에 노출했다. 김 교수는 25일 자신의 SNS에 “실명 노출과 관련해 정중한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긴다”며 “이 사건으로 고통을 받으신 것에 대해 귀하에게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A씨에 대한 2차 가해가 사건 발생 후 꾸준히 이어져 왔다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A씨 측은 지난 24일 김 교수 등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4조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공동행동 관계자는 “사건 직후인 7월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자에 대한 악성 댓글이 올라왔고, 10월에는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네이버 ‘밴드’에서 피해자의 실명이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지만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며 “ 2차 가해가 반 년 동안 계속 발생했음에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이번 사건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