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광장 대결’로 더 작아진 제3의 목소리
by이정현 기자
2019.10.07 17:06:07
조국 정국 속 설자리 잃은 바른미래·정의·민주평화
‘반 조국’ 외쳐도 한국당 옆은 부담, 정의당도 ‘검찰개혁’만
장담 못하는 선거법 개정… “이대로 가면 또 양당 싹쓸이”
|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누에다리 인근에 설치된 경찰 펜스를 사이에 두고 ‘제8차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위)와 ‘문재인 퇴진, 조국 구속 요구집회’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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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놓은 여야의 갈등이 장외집회로 표면화하는 가운데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그리고 민주평화당 등 ‘작은 정당’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국론이 쪼개지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에 지지층이 몰리자 위기감이 커진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서초동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지 이틀만인 7일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국민’을 강조하며 국론이 분열된 데에 우려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열린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회의에서 “광화문과 서초동을 보면서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국민이 우려하고 있다”며 갈등을 초래한 문재인 정권을 비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역시 “3년 전 함께 들었던 촛불이 두 조각이 났다”며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촛불이 올랐지만 촛불을 들지 않은 국민이 더 많을 것”이라 말했다.
두 당 모두 서초동과 광화문 광장 집회에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국론 분열에 따른 갈등을 경계했다. 조 장관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며 장외집회의 규모가 커지자 이로 인해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유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서초동 집회에 힘을 싣고 한국당이 광화문 집회를 주도하려는 것과 비교해 다른 야당들은 설 자리가 마땅찮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민주평화당에서 탈당한 대안정치는 ‘반 조국’을 외치고 있으나 한국당의 곁에 서기는 부담스럽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정치는 보수 세력이 주장하는 조 장관의 즉각적인 퇴진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시 문 대통령의 인사권을 존중하는 형태로 사실상 찬성표를 던진 정의당 역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 외에는 마땅히 내놓을만한 메시지가 없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검찰 개혁을 위한 촛불이 다시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며 “검찰은 왜 촛불이 서초동 앞마당을 가득 메웠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당내에서는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대로 내년 4월 총선을 맞게 된다면 거대 양당이 다시 의석을 싹쓸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서초동과 광화문 집회를 지원 혹은 리드하는 만큼 조 장관과 관련한 논란이 커질수록 군소정당의 목소리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국민도 많다”는 식으로 무당층을 흡수하려고 하나 여의치 않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안을 놓고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을 경우 군소정당의 존재감이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며 군소정당의 입지를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이어 “하나의 강한 메시지를 내도 모자랄 판국에 바른미래당은 분당이 기정사실화됐으며 민주평화당은 대안정치가 쪼개져 나갔는데 국민의 지지를 어찌 구하겠나”며 “정의당 역시 조국 정국에서 젊은 층의 분노를 수용하지 못한 만큼 목소리가 작아지는 것”이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