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무' 이용해 외국인 데이터 수집?…"中 선전·선동 강화"
by이소현 기자
2024.05.02 17:33:47
"中국영 선전매체, 테무 등 IT업체 동원해 데이터 수집"
워싱턴포스트, 호주 전략정책연구소 보고서 인용 보도
"인민일보 그룹 주도…디디추싱· 에어차이나 등도 연관"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중국의 국영 선전매체들이 최근 국내 주문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 ‘테무’를 포함해 자국 정보기술(IT)업체와 협력해 외국인에 대한 자료수집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정치권이 안보상의 이유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국 사용 금지로 이어질 수 있는 강제매각법의 입법을 마친 상황에서 이러한 내용의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호주의 싱크탱크인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국영 선전기관들이 쇼핑·게임 앱을 포함한 중국 IT 기업으로부터 외국 사용자를 표적으로 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광범위하게 연계돼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국영 기업을 포함해 1000개가 넘는 중국 정부 기관과 중국 기업 간의 관계를 지도 형태로 구현했다. 여기에 1억명 이상의 미국 사용자를 보유한 인기 전자상거래 앱 ‘테무’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미디어 그룹 간의 계약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테무의 모회사 격인 핀둬둬가 인민일보 계열의 데이터 관리회사인 인민데이터베이스(인민DB)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 인민DB 홈페이지에는 핀둬둬가 자사의 기업 파트너라고 소개돼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사만다 호프만 ASPI 전 수석 분석가는 “중국 정부는 이러한 기업을 통해 선전·선동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 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전략적으로 가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통치하에서 중국은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홍보하거나 비판 여론을 통제하는 전략을 강화해 왔다. WP는 최근 친중 성향의 허위 정보 캠페인이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11월엔 중국에서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개설된 수천 개의 페이스북 계정이 단속됐다.
이러한 전략은 인민일보와 온라인판인 인민망 등 인민일보 미디어그룹이 앞장서고 있다고 WP는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국가 선전당국이 중국 게임업체와 인공지능(AI)·메타버스 기업과의 연계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민DB와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 중국 국영 항공사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간의 파트너십도 언급했다.
| 중국 국영 기업을 포함해 1000개가 넘는 중국 정부 기관과 중국 기업 간의 관계 매핑 현황(사진=ASPI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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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 선전매체들과 중국 IT 업체 간에 연관성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지만, 수집 및 공유된 데이터의 활용도는 알려진 바 없다. 국가 주도로 데이터 관리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중국에서 기업은 당국 요청에 따라 중국 내 저장된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어 해당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호프만은 “그런 종류의 스모킹건(직접적 증거)은 절대 나오지 않을 것이기에 중국의 선전 시스템이 이같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을 더 이해하고 그 영향을 잘 관리할 수 있어야 부정적인 영향을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에 틱톡에 이어 다른 중국 앱도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정치권에서는 미국 내에서 중국 소유의 앱의 인기가 급증하는 것이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미국 소셜미디어 다운로드 1위인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강제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이 24일(현지시간) 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WP는 “테무를 포함해 중국 소유주가 통제하는 다른 앱을 대상으로 강제매각법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도에 거론된 업체들은 이 같은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테무는 자사와 인민DB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자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클라우드 서비스에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저장한다고 반박했다. 핀둬둬도 “인민DB와 데이터 공유 계약을 맺지 않았다”며 보도자료 등 콘텐츠 배포 등에 관한 협력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