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했던 '신림동 살인범'…PC 부수고, 휴대폰도 초기화(종합)

by이유림 기자
2023.07.25 19:26:10

증거인멸 위해 사전 작업
피의자 조씨 "발각될 까 두려웠다"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흉기 난동을 벌여 4명의 사상자를 낸 피의자 조모(33)씨의 계획 범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씨는 범행 전날 자신의 컴퓨터를 망치로 부수고 휴대폰을 초기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오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신림동 칼부림’ 피의자 조모(33)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5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조씨의 휴대폰을 포렌식 한 결과 조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하루 전인 지난 20일 오후 5시께 자신의 아이폰XS 휴대폰을 초기화했다고 밝혔다. 초기화 이후 웹 브라우저를 처음 접속한 기록은 5시58분께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사건과 관련된 휴대폰 검색 기록이나 통화·메시지 기록, 사진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

조씨는 범행 전날 자신의 평소 사용하던 컴퓨터 역시 망치로 부쉈다. 조씨의 자택에서는 망치도 함께 발견됐다. 현재 경찰청은 파손된 컴퓨터에 대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조씨가 최소 하루 전 범행을 계획해 실행에 옮겼다고 보고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조씨는 사건 당일 할머니 자택 인근 마트에서 식칼을 절도해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그는 택시를 타고 신림동으로 향했는데 택시비를 내지 않고 달아났으며, 절도한 식칼 2점 중 1점은 택시에 두고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폰 초기화와 컴퓨터 파손은 조씨가 범행 전날 계획한 행동으로, 증거 인멸 등을 목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 조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미리 계획했고 발각될까 두려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가 뒤집기도 했다. 경찰이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했으나 결과는 ‘음성’이었다. 전문가는 심신미약 등 감형을 받기 위해 거짓 주장했을 것으로 의심했다.

또한 그는 경찰의 첫 조사 당시 보통 한달에 3~4번 할머니 자택을 방문했다고 진술했으나, 이튿날 2차 조사에선 “(할머니를) 마지막으로 보러 갔다”고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조씨와 일면식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씨의 범행 배경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경제적 무능과 신체조건에 대한 열등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이와 함께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조씨의 정신병력도 확인하고 있다. 조씨는 지난 2018년 1월1일부터 지난 21일까지 최근 5년간 관련 치료를 받은 기록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현장에서 희생자의 대학친구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