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1년된 날…손 맞잡은 `문재인-이재명` "당 하나돼야"

by이상원 기자
2023.05.10 17:41:28

文-李 새해 인사 후 4개월만에 재회
文 "野, 단합해 국가적 어려움 타개해야"
李 만난 홍준표 "대통령실 정치 노련하지 않아"
"민주당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 풀어야"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인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재회했다. 당의 기치로 통합을 내세운 만큼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는 손을 맞잡으며 민주당은 ‘원팀’을 거듭 외쳤다. 하나 된 민주당으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는 동시에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60억 코인’ 논란으로 어수선한 당내 잡음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 위치한 ‘평산 책방’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위치한 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을 방문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 앞치마를 입고 이 대표를 직접 맞이했다. 이날 만남은 이 대표가 새해 인사차 평산마을을 방문한 뒤 약 4개월 만이다.

평산책방의 앞치마를 입고 계산대에 ‘1일 알바’로 나선 이 대표와 박광온 원내대표는 바코드 활용법 등 익히고 손님들에게 책을 팔기도 했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추천한 ‘기술의 충돌’, ‘한국과학문명사’, ‘아버지의 해방일지’, ‘같이 가면 길이 된다’ 등 4권의 책을 구매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문 전 대통령의 사저로 이동해 약 50분 간 비공개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당 지도부에 “민주당이 단합하고 더 통합하는 모습으로 현재의 국가적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고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전했다. 이러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총선을 앞두고 당내 현안으로 계파 간 갈등을 최소화해 윤석열 정부에 대항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하나가 되자’는 의원들과 당원들의 다수 의견이 있다고 답했다. 대화 도중 문 전 대표와 이 대표는 틈틈이 손을 잡으며 단합의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이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과 회동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대통령 직무 당시 야당 사무실을 방문했던 일을 회고했다. 문 전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를 합의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대화라고 하는 것은 정치인에게 있어서 일종의 의무와도 같은 것”이라며 “대화가 없으면 정치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이 또다시 불발된 것을 겨냥, 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홍 시장과도 회동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약 30분간 대구시청에서 홍 시장과 면담을 했다. 윤 대통령에게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홍 시장과 대선 본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정치 현안과 관련 거침없이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홍 시장은 “윤석열 정권에서 대부분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 정부가, 집권세력들이 정치에 노련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그러면 민주당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풀어나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최근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문제 되는 사람들이 민주당은 즉각 즉각 탈당해서 당의 부담을 덜지 않느냐”며 “그런데 우리 당은 그렇게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들이 욕심만 가득 차서 당이야 어찌 되든 말든 내가 살아야겠다는 그 생각으로 하고 있다. 당에 대한 근심이 없는 것”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가 “국민의힘의 원로이니 중앙당에도 말씀을 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자 홍 시장은 “이야기는 하는데 당 대표가 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저격하기도 했다.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접견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인사 나누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