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 만에 28억 모았어요…스토리를 팔았죠”

by최훈길 기자
2022.06.29 17:28:05

이건호 와디즈 PD 인터뷰, 역대 최대 크라우드 펀딩
꼼꼼한 준비, 일상회복 맞춰 캠핑텐트 펀딩 대성공
소비자 후기 전수조사해 제품 제작에 반영한 소통
제작자 판로 돕고 나만의 아이디어 상품 만들 것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무려 1만2000명이나 모바일 알람을 신청하고 기다렸어요. 선착순 마감에 늦을까 봐 휴가를 낸 분도 있었어요.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티케팅을 방불케 했답니다.”

이건호 와디즈 PD가 28억원 펀딩 비결은 스토리의 힘이라고 밝혔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와디즈의 크라우드펀딩은 다수의 소비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제품 등을 온라인으로 중개하는 서비스다. 목표치로 설정한 자금이 모이면 제품이 생산된다. 펀딩에 참여한 소비자는 참신한 아이디어 제품을 보다 빨리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고, 기업은 자금조달·재고·판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사진=와디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라이프디자인 펀딩플랫폼) 와디즈의 이건호 PD(Project Director)는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에 캠핑 텐트로 13분 만에 28억원 넘는 펀딩에 성공한 과정을 이같이 설명했다. 펀딩 목표액(1000만원)을 2만8185% 달성한 결과다. 펀딩으로 28억원을 모은 것은 와디즈 창립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에서 추진된 크라우드 펀딩 단일 프로젝트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꼼꼼한 준비가 빚어낸 결과였다. 펀딩 실무를 총괄한 이 PD는 올해 1월부터 준비에 나섰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을 찾아 캠핑 용품 기획 방향을 논의했다. 2020~2021년에 와디즈에서 진행한 캠핑 텐트 펀딩 과정을 면밀히 살펴봤다. 고심 끝에 펀딩 시점을 4월29일부터 5월9일로 공지했다. 코로나 일상회복 시기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특히 세상에 없는 ‘한정품 텐트’ 제작에 공을 쏟았다. 무엇보다도 캠핑 매니아, 펀딩 참여자들과 소통했다. ‘크기를 확장해달라’, ‘창문을 더 만들어달라’ 등 텐트 사용후기, 반응을 전수조사 했고 이를 텐트 제작에 반영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함께 보다 좋은 텐트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보완에 나섰다. 이 과정을 거쳐 ‘2022 디 오리지널 캐빈하우스 EX 텐트’ 2000개 한정품을 선보였다.

이 PD는 “캠핑 텐트 제작자가 내 리뷰를 최선을 다해 반영해 신제품으로 출시한다면, 그 소비자는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 생길 것”이라며 “이후 소비자는 펀딩에 참여하고 입소문을 낼 것이고, 제작자는 더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제작자와 소비자가 함께 소통하며 선순환 하는 ‘스토리’를 만든 게 28억원 펀딩 성공의 비결”이라고 풀이했다.

이처럼 펀딩에 참여한 소비자는 참신한 아이디어 한정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만나고, 기업은 자금조달·재고·판로 부담을 덜 수 있다. 가치·스토리가 있는 소비, 나만의 상품을 원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이 PD는 “메이커(제품 제작자)와 서포터(펀딩에 참여한 소비자)가 팬덤을 이룰 정도로 관계를 맺는다”며 “제작자·소비자의 ‘축제의 장’이 펼쳐지는 게 크라우드 펀딩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이 PD는 “코로나 일상회복을 맞아 짐을 메고 다니며 산에서 캠핑하는 ‘백패킹’, 자전거·오토바이로 이동하는 ‘바이크 캠핑’ 등 더 세분화된 시장에 특화된 제품이 올 하반기에 인기가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기대치에 맞춰 더 새로운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1등 펀딩 기록을 깨는 또 다른 기록을 만들고 싶다”며 당당한 포부를 밝혔다.



△더네이쳐홀딩스의 내셔널지오그래픽 ‘2022 디 오리지널 캐빈하우스 EX 텐트’는 13분 만에 28억 원 펀딩액을 모았는데, 이 기록은 국내 크라우드펀딩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 역대 1위다.

물론 첫 펀딩부터 억대의 펀딩을 기록한 것은 아니다. 가방, 캐리어, 그늘막 등 여러 제품을 선보였다. 그 중 시장이 반응하는 제품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캐빈 텐트다.

이번 펀딩에는 무려 1만2000명이나 되는 서포터 분들이 알림 신청을 하고 펀딩 오픈을 기다렸다. 텐트 수량이 1800동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서포터분들이 기다렸다.

△성공의 비결은 스토리의 힘에 있다. 어떤 제작자가 내 리뷰를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반영해 새로운 제품으로 출시한다면, 어떤 기분이 드나. 저는 되게 놀랍고 감사한 마음이 들 것 같다. 이번 캐빈 EX 텐트를 보며 많은 캐빈 텐트 유저들이 같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메이커가 서포터의 의견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이전 제품을 사용했던 서포터를 강하게 휘어잡는 스토리가 된다. 서포터는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메이커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메이커는 그런 서포터에게 감사의 표시로 더욱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 서포터에게 소개한다. 이런 선순환이 극대화돼 발생한 사례가 이번 더네이처홀딩스의 28억 펀딩이다.

△제품을 기다리는 플랫폼이다. 와디즈에서는 펀딩 하면 보통 1~3개월 뒤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새벽 배송, 당일 배송 등 더 빠른 배송이 중요시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더 느린 배송기간을 가지고 있다. 배송기간이 오래 걸림에도 서포터가 펀딩을 하는 이유가 바로 상품 판매와 차별화된 와디즈의 특징이다.

펀딩은 메이커와 서포터가 서로 만나는 ‘축제의 장’이다. 이는 어떤 메이커에게 들은 말이다. 와디즈는 서포터와 메이커가 관계를 맺는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서포터는 메이커의 팬이 되고 하나의 팬덤을 이루게 된다.

△2021년 상반기(1~6월, 98억원) 대비 2022년 상반기(1~6월) 모집금액은 121% 성장한 120억원이 모였다. 프로젝트 오픈건수는 300건에서 450건 140% 성장하며 캠퍼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캠핑·아웃도어 제품 및 브랜드 정보들은 분산되어 있고, 무엇보다 다양한 신제품 소식을 받아보기가 꽤 어렵다. 와디즈는 캠핑·아웃도어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할 때에 여러 메이커들의 캠핑 신제품을 선보이는 펀딩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캠핑아웃도어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저렴한 가성비 제품으로 가격선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캠핑아웃도어 트래픽 자체도 일부 저조해지기 시작했다. 하늘길이 점점 열리면서 이제는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것이다. 캠핑아웃도어 시장이 코로나 이전처럼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반적으로 와디즈의 서포터들은 제품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확실한 성능과 차별성이 있는 제품에 반응하고 있다. 한정판 용품 및 타사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에 지속적인 반응이 발생하고 있다. IP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하반기에 더 다채롭게 보일 것이라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