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 대신 플라스틱’…전기차 경량화 소재 개발나서는 화학업계
by박순엽 기자
2021.11.16 17:46:53
‘전기차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 확대 전망
금속과 비슷한 강도…무게는 최대 50%까지 절감
한국바스프, 연구센터 개소…국내 기업도 개발 중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외 화학기업들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연구·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연비를 개선하기 위해선 내·외장재의 경량화가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금속보다 가벼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채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이 2028년까지 연평균 36%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무게 때문에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약 10~20% 더 무거운 전기차를 경량화하려는 완성차 업계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 한국바스프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이노베이션 센터’ 내 연구시설 (사진=한국바스프) |
|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의 단점을 보완해 만든 고성능 플라스틱 소재로, 일반 플라스틱보다 금속 성질에 가까우나 무게가 가볍다. 업계에선 전기차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사용하면 부품에 따라 최대 50%까지 무게 절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아우디나 토요타 등 일부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자동차 시트 등 일부 부품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한 차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브레이크 페달, 엔진오일·기어박스 오일 팬 등 자동차 부품 중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적용되는 분야도 차츰 넓어지는 추세다.
이처럼 전기차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관련 연구·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독일계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는 최근 한국법인인 한국바스프 안산 공장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연구 센터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한국·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앤디 포슬트웨이트 바스프 아태지역 기능성 소재 사업부문 총괄 사장은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금속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려는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며 “궁극적으론 자동차에 쓰이는 모든 금속을 대체할 수 있는 플라스틱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바스프는 한국에 만든 연구 센터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자동차 시장 등에 적합한 신규 소재를 개발하고, 다양한 시험과 평가·시뮬레이션 해석을 통해 고객사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적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만들어 제품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건 국내 화학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코오롱플라스틱은 고온·고압 환경에서도 기능 저하가 없도록 설계된 고전압 커넥터·전기차 배터리(2차전지)를 보호하는 외함(하우징) 등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하고 있고,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용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 차량용 부품 시장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돼 관련 업계가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자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보여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