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끊긴 니콜라·테슬라 끝없는 추락…5조 투자 서학개미 '멘붕'
by김정남 기자
2020.09.24 13:33:35
'배터리데이 충격' 테슬라 주가 10.3%↓
월가, 테슬라 목표주가 300달러 초반 하향
"기술 등 인상적이지만…실체가 없었다"
WSJ "니콜라, 수소충전소 건설 협상 중단"
정말 사기인가…주가 하루 25.82% 폭락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사진 오른쪽)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프리몬트 공장에서 열린 ‘배터리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배터리데이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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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1847~1931)의 라이벌로 불렸던 천재 과학자. 에디슨의 업적에 가려지긴 했지만, 니콜라 테슬라(1856~1943)는 미국의 전설적인 전기공학자다. 교류(AC)전기는 물론이고 전자레인지, 헬리콥터 등의 핵심 원리가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천재 과학자인 니콜라 테슬라의 성과 이름을 본 딴 두 회사가 최근 부침을 거듭하고 있다. 테슬라와 니콜라는 두 회사가 제시한 장밋빛 ‘미래’에 환호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다 최근 ‘일장춘몽’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수직낙하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는 국내에서도 소위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집중 매입한 주식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와 니콜라 주식 투자규모는 각각 40억6226만달러(4조7528억원), 1억2692만달러(1485억원)에 달한다.
23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전기차업체 테슬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0.34% 폭락한 주당 380.36달러에 마감했다. 이번달 들어서만 23.67%(498.32달러→380.36달러) 내려앉았다.
테슬라 주가가 급락한 것은 지나친 기대가 독이 돼 돌아왔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전날 전세계 27만명이 숨죽이며 지켜본 ‘배터리데이’가 대표적이다.
당초 배터리데이는 최근 조정 조짐을 보였던 주가를 끌어올릴 계기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자체 개발 계획을 세운 ‘반값’ 배터리·전기차를 공개했다. 300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테슬라의 전기차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양산 시기였다. 머스크 CEO는 “3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며 양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인정했다.
월가의 주요 증권사들은 곧장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주요 33개 증권사는 테슬라의 평균 목표주가를 305달러로 제시했다. 최근 컨센서스보다 100달러 이상 낮다. 현재 주가에서 80달러 가까이 추가 폭락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미다. CNN 비즈니스는 32명의 애널리스트가 12개월 평균 목표가를 기존보다 19.27% 하락한 314.40달러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UBS는 이날 고객 서한을 통해 “테슬라의 신차가 도착할 때면 폭스바겐 등 다른 자동차업체들과 상당한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폭스바겐은 최근 전기차 SUV ‘ID.4’를 공개하면서 “테슬라의 SUV ‘모델Y’보다 수천달러 저렴한 가격에 팔 것”이라고 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머스크 CEO의 언급에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했다”며 “이 때문에 주가가 곤두박질 치는 것”이라고 했다. 웨드부시는 그간 테슬라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했던 곳이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의 기술과 비용 절감 목표를 두고 인상적이라고 평했다”면서도 “테슬라의 배터리 혁신 중 일부를 실제 생산에서 보려면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많은 이들은 머스크 CEO의 약속은 내용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의 사정은 더 안 좋다. 니콜라 주가는 이날 무려 25.82% 폭락한 주당 21.15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8일 단기 고점(50.05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11거래일 만에 57.74% 내린 것이다. 역대 최고점을 찍은 지난 6월9일(79.73달러) 대비로는 거의 4분의1 토막이 났다.
사기 논란에 휩싸인 니콜라는 이날 직격탄을 맞았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니콜라가 영국 에너지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 몇몇 협력업체들과 벌였던 수소충전소 건설 협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사기 논란이 불거지면서 협력업체들이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콜라는 수소 트럭을 주력으로 하되, 미국 전역에 수소 충전소를 놓고 거점 충전소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친환경 수소트럭 생태계’ 청사진을 그렸다. 수소충전소 건설은 니콜라의 핵심 비전이다. 이번 협상 보류는 사기 논란이 니콜라에게 안긴 실질적인 첫 난관이다.
니콜라를 향한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는 힌덴버그 측의 주장을 포함한 의혹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2014년 니콜라를 창업한 트레버 밀턴 CEO는 돌연 사임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