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CC 업황 부진 장기화..삼성전기 실적도 ‘먹구름’

by김종호 기자
2019.06.12 15:37:48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전기(009150)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 부진과 경쟁 심화에 고심하고 있다. 그간 효자 노릇을 해온 MLCC를 둘러싸고 글로벌 IT업체의 수요 감소에 따라 재고 급증과 판매 단가 하락이 이어지는 등 업황 부진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심화가 추가적인 수요 감소를 부추기고 있어 올 2분기는 물론 하반기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기는 최근 수요가 치솟는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용 MLCC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이에 따른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전기의 올 2분기 실적 전망치로 매출 2조155억원, 영업이익 199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1.3%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7% 줄어든 수준이다.

당초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이 MLCC 업황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 1분기(1903억원)보다 11.4% 증가한 212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일부 증권사들은 MLCC 업황 둔화 장기화를 이유로 삼성전기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800억원 수준까지 낮추는 등 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삼성전기는 모바일 등 IT용 MLCC 시장 호조에 힘입어 매출 8조1930억원, 영업이익 1조181억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주력 사업인 MLCC는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중국 등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둔화 영향으로 수요가 정체한 데다 대만 등 중화권 업체 진입에 따라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경쟁이 심화하면서 업황이 급격히 악화했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는 중화권 MLCC 제조사들의 재고가 쌓이면서 판매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 2분기부터 글로벌 IT 수요 회복으로 MLCC 업황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보다 시장 내 재고 소진 및 수요 회복 속도가 더뎌 반등의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화웨이 등 중국 업체의 제품 출하량 감소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전망은 더 어두워졌다.



실제 최근 삼성증권은 올해 글로벌 MLCC 출하량 전망치를 기존 7300억개보다 10% 줄어든 7097억개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출하량보다도 14%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MLCC 업황 부진 장기화로 인해 삼성전기의 올해 전체 실적이 매출 8조3000억원, 영업이익 8300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기는 IT용 MLCC와 달리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전장용 MLCC 비중을 빠르게 확대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삼성전기는 부산사업장에 전장용 MLCC 생산 설비를 대폭 증설하고 개발 및 제조 기술 인력을 지속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 5700억원을 투입해 올 하반기 준공을 앞둔 중국 톈진 공장에서도 전장용 MLCC를 생산해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체 MLCC 매출에서 전장용 MLCC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8~9% 수준에 불과해 당장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 자릿수 후반인 전장용 MLCC 매출 비중을 연내 두 자릿수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며 “IT용 MLCC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고사양 IT용 MLCC와 함께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 전시 모형 (사진=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