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빼돌렸다가 나란히 감옥 가는 40년지기(상보)
by성세희 기자
2015.12.23 17:06:08
이혜경 前동양 부회장, 그룹 사옥과 자택 내 미술품 무단 반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미술품 은닉하고 위탁 매각
| 홍송원(62·좌) 서미갤러리 대표와 이혜경(63·우) 전 동양그룹 부회장이 23일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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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법원이 동양그룹 채무 청산에 써야 할 고가 미술품과 판매 대금을 빼돌린 홍송원(62) 서미갤러리 대표와 이혜경(63)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게 중형을 내렸다. 40년 지기인 두 사람은 함께 불법을 저지른 대가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심규홍)는 23일 2년 전 동양그룹 사태 때 동양그룹 사옥과 계열사 등에 있던 고가 미술품을 빼돌리고 판매한 혐의(강제집행면탈 등)로 두 사람에게 모두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홍 대표는 고가 미술품 등을 거래하면서 거래 내역을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 법인세를 축소·은폐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로 징역 1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동양그룹 사태 관련 민사소송이 끝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두 사람을 법정 구속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전 부회장은 2013년 말 동양그룹 사태 이후 채권자 피해 회복에 써야 할 고가구와 미술품을 반출했다”라며 “홍 대표는 이 전 부회장과 짜고 빼돌린 그림을 팔아서 개인적으로 썼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동양그룹 사태 수습에 노력하지 않고 개인적인 이익과 가족 등에게만 신경써다”라며 “홍 대표는 개인적으로 거래하는 그림 등이 거래 내역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매출액을 숨기고 허위 장부를 기재했기 때문에 죄질이 나쁘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회장은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던 2013년 말 홍 대표에게 그림 등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홍 대표는 동양그룹 사옥과 자택 등에 있던 미술품과 고가구 등을 압류당하기 전에 서미갤러리 창고로 숨겼다. 홍 대표는 이 전 부회장 소유 그림을 대신 팔아주고 판매 대금을 이 전 부회장에게 줬다가 적발됐다.
이 전 부회장은 미술품 판매 대금을 생활비나 변호사 선임 비용 등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 홍 대표는 이 전 부회장의 그림 중 화가 아니쉬 카푸어 작품(시가 9억원 상당)과 알리기에로 보에티 작품(시가 8억원 상당) 판매 금액을 빼돌렸다가 지난해 구속됐다. 그는 지난 3월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이날 실형 선고로 다시 구치소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