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넘으니 무역분쟁 리스크…하락 안심하긴 이른 환율(종합)

by이정윤 기자
2025.04.07 15:58:01

33.7원 급등한 1467.8원 마감
코로나 이후 5년 만에 ‘최대폭’ 상승
관세전쟁·美경기침체 우려에 위험회피
‘100엔=1000원’…엔·캐리 청산 우려까지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탄핵 정국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자마자 글로벌 관세전쟁 우려가 불거지면서 1430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70원대로 복귀했다. 관세 파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당분간 위험회피, 안전자산 선호 사이에서 환율은 상승 쪽의 변동성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34.1원)보다 33.7원 급등한 1467.8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코로나19 당시였던 지난 2020년 3월 20일(42.3원 상승) 이후 약 5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27.9원 급등한 1462.0원에 개장했다. 지난 5일 새벽 2시 마감가(1461.0원) 기준으로는 1.0원 올랐다.

개장 직후 환율은 빠르게 상승 속도를 높이며 오전 9시 31분께 1471.5원까지 급등했다. 전날 종가 대비 37.4원이나 상승한 것이다. 이는 지난주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환율이 32.9원 하락한 것을 모두 되돌린 수준이다. 이후 환율은 1470원대로 진입은 제한되며, 1460원대에서 장을 마쳤다.

지난주 미국이 발표한 각국의 상호관세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고, 주말 새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보복관세를 강행하면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커졌다.

중국은 오는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상품에 대해 34%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지난 2일 중국에 매긴 상호관세 34%와 같은 숫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했다. 또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글로벌 증시는 ‘블랙 먼데이’를 재현하고 있다. 미국 주가 지수 선물이 5% 이상 급락하고 있고 일본, 중국, 홍콩 등 전 세계 증시는 5~10% 가량 폭락 장이다. 국내증시도 5% 이상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2조원 이상을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했다.

관세 공포에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높은 관세율에 보복관세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상승시키고 가계와 기업의 소비 및 투자를 위축시키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우려가 크게 부상한 것이다.

이에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2시 47분 기준 102.49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주 101선에서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에 엔화 가치도 오르고 있다. 달러 강세와 더불어 달러·엔 환율은 145엔대에서 지지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10.64원까지 치솟으면서 1000원을 넘어섰다.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약 2년 만에 1000원을 넘어섰으며, 2022년 3월 22일(1011.75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수익률이 높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인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이 또 다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도 미국 고용지표 충격과 일본은행(BOJ)의 예상 밖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투기적 포지션이 대규모로 청산된 바 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 미국의 경기침체가 아니더라도 시장 공포가 커지면 엔화 강세에 불을 붙일 수 있고, 엔캐리 청산이 확대되는 국면인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관세 협상 여지를 열어놔 현재의 높은 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지 않다. 실제 미국 침체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난주 상호관세와 탄핵 등 굵직한 이벤트를 넘겼지만 이벤트 여파로 인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관세 이슈도 현재 진행중이고, 국내에서는 대선 국면에 따른 내수부양 정책 등에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또한 4월은 계절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외국인 배당금 지급이 있어 달러 수요가 확대될 여지가 있다. 게다가 4월 중순에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발표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이어 환율을 통상 카드로 사용할 우려도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발표 이후 직격탄을 맞고 있는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할지가 달러화의 추가 하락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맞대응 수위에 따른 위안화 변동성 확대 가능성과 더불어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라는 호재가 소멸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환율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거부감을 표명하거나 대선이 이념 대립으로 변질될 경우 환율 하락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연구원은 “탄핵 효과는 환율 하단을 낮췄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며 “달러가 강하게 오르는 흐름이 아닌 것을 봤을 때, 환율은 탄핵 고점이었던 1480원대보다 아래인 1470원대에서 상단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