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맞대결…안귀령 "정권 심판"vs 김재섭 "지역 토박이"[르포]

by경계영 기자
2024.03.26 17:06:34

전국 유일 거대양당 30대 청년 후보 대결
민주당 '텃밭'이지만 2년 전 지선 때 국민의힘 '승'
김재섭 "지역 잘알아, 첫날부터 바로 일할 수 있다"
안귀령 "윤 정권 무능·폭주에 제일 앞에서 맞선다"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서울 도봉갑은 4·10 총선 전국 254개 선거구 가운데 유일하게 거대 양당에서 30대 후보가 맞붙는 곳이다. 재수를 노리는 1987년생 김재섭 국민의힘 후보에 현역 인재근 의원 대신 1989년생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이 전략공천되면서 ‘MZ 대결’이 성사됐다.

도봉갑은 민주당 ‘텃밭’으로 꼽힌다. 총선이 7번 치러지는 동안 2008년 18대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고(故) 김근태 의원(3선)과 그 부인인 인재근 의원(3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 때문이다. 도봉갑에 속하는 쌍문1·3동, 창1~5동을 보면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2.2%포인트 차이로 졌지만 지방선거에선 서울시장 15.4%포인트, 구청장 0.5%포인트 차이로 각각 이겼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도봉갑 후보 사무실 외관. (사진=경계영 기자)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후보 사무실 외관. (사진=경계영 기자)
지난 19일 찾은 도봉구 쌍문·창동 주민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쌍문동에 거주하는 안모(75·여)씨는 “호남 출신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민주당을 밀어줄 생각은 없다”며 “잘될 사람을 밀어주겠다”고 말했다. 창동역에서 만난 이모(41·남)씨는 “서울아레나도 들어온다고 하고 스타트업 단지도 생기고 이것저것 개발되고 있다”며 “굳이 (지역구 의원이) 바뀌어야 할 이유는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투표일 직전에 결정하겠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도봉구에 25년째 살고 있다는 부동산중개업자 김모(70대·남)씨는 “의정 활동을 잘할 사람이 돼야지”라며 “사람 됨됨이와 공약, 정당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재섭 후보가 내세우는 것은 도봉구에서 나고 자란 ‘지역 토박이’다. 김 후보는 쌍문동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토박이기 때문에 도봉갑 7개 동에서 필요한 것과 현안, 민원을 속속들이 알고 당협위원장을 하는 동안 이를 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했다”며 “서울 외곽이기 때문에 개발할 것이 많고 이를 제대로 다루려면 충분한 학습과 이해가 필요한데 첫날부터 바로 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후보가 19일 도봉구 쌍문동 백운시장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경계영 기자)
이날 오후 쌍문동 백운시장에서 선거운동에 나선 김 후보가 인사하자 상인들이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슈퍼마켓에서 짐을 나르던 한 직원은 “여기까지 오는 건 자네밖에 없어, 꼭 될 거예요”라고 덕담을 했다. 김 후보는 기름집·철물점에 들러 상인의 민원을 듣기도 했다. 신창시장에서 만난 김정미(56·여)씨는 “시장 상인은 거진(거의) 김재섭을 지지할 걸”이라며 “이 지역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은 뽑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안귀령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앞세웠다. 지난 23일 개소식을 마친 후 안 후보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의 손을 잡겠다”며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폭주에 제일 앞에 서서 맞서겠다”고 적었다.



이날 저녁 쌍문역 개찰구 앞에서 퇴근 인사를 전하는 안 후보에게 “열심히 해라, 꼭 됐으면 좋겠다”, “잘 됐으면 한다”고 응원하며 함께 사진 찍길 요청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하지만 안 후보를 향해 한 60대 남성은 “안귀령씨! 여기가 무슨 동인진 알아요”라며 크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지난 7일 신창시장을 찾은 안 후보가 무슨 동인지 몰랐던 것을 나무라는 의도였다. 안 후보는 “이제 배웠습니다”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창4동 아파트단지 앞에서 만난 이모(78·여)씨는 “난 전주 사람이라 민주당 뽑을 것”이라며 “자식들이 안귀령이가 이재명 대표 측근이고 똑똑하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양당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조기 개통과 지하철 1·4호선 창동역 노선 지하화가 공통적으로 포함돼있다. 김 후보는 KTX·SRT 창동역 출발을, 안 후보는 창동역으로의 SRT 연장을 각각 약속했다. 창동역사를 두고 김 후보는 복합환승센터 개발을, 민자역사 조기 완공을 각각 외쳤다.

김재섭 후보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동시에 문화체육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 재정자립도를 끌어올리고 복합체육시설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안귀령 후보는 로봇과학관과 연계한 로봇·인공지능 박람회 정례화, 서울사진미술관과 연계한 역사문화콘텐츠 개발 등을 내걸었다.

도봉갑엔 윤오(56) 녹색정의당 후보도 출마한다. 윤 후보는 △인구 감소에 대응한 노동·고용·교육 체계 개편 △건강·고용보험과 국민연금 개편 △실업급여·기초연금 인상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 탕감 등을 공약했다.

대결 구도가 성사된 이후 도봉갑 여론조사는 지난 11·12일 여론조사꽃이 한 차례 실시했으며 안귀령 후보 41.3%, 김재섭 후보 33.1%, 윤오 후보 1.5%로 각각 집계됐다.(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509명 설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 참조)

26일 서울지하철 4호선 쌍문역에서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사진=안귀령 후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