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삼성 평택캠퍼스 가보니…메모리·시스템반도체 메카로 성장 중

by최영지 기자
2022.09.07 17:00:00

87만평 부지서 D램·낸드·파운드리 제품 생산
P1 현장서 웨이퍼 운반과정 100% 자동화 구현
P3에 낸드 양산시설 구축…P4 착공 준비 착수
바이든 서명한 웨이퍼에 첨단 반도체 전시

[평택=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제3공장(P3)에 들어가는 철근의 양만 에펠탑 29개에 해당합니다.”(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평택캠퍼스 제1공장(P1) 생산현장 이곳의 길이는 520m로,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옆으로 눕힌 것과 맞먹습니다.”(삼성전자 관계자)

▲멀리서 보이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와 협력사 임직원들이 평택캠퍼스 내부 도로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7일 오전 9시 서울 시청역에서 버스로 약 70분을 달리니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에 위치한 삼성전자(005930) 평택캠퍼스의 거대한 반도체 공장이 그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안전모를 쓴 근로자들이 공장 안팎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평택캠퍼스는 총 면적 87만평에 이르는 대형 단지로 기흥캠퍼스(44만평)와 화성캠퍼스(48만평)의 면적을 합친 수준이다. 현재 가동 중인 3개 라인 외에 추가로 3개의 대형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규모로, 현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로도 불린다.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핵심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평택캠퍼스 방문 당시 사인한 3나노 웨이퍼. (사진=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하자마자 찾은 곳으로도 잘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1라인(P1)과 3라인(P3) 등 반도체 생산 현장을 둘러봤으며,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3나노 시제품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소개받기도 했다. 평택캠퍼스 내부에는 양국 대통령이 당시 서명한 웨이퍼도 전시돼 있다. 3나노 웨이퍼와 함께 엑시노스 2200, LPDDR5X, HBM3 등 삼성전자의 주력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실물이 전시돼 있었다.

이날 기자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찾은 1라인을 찾아 반도체 생산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시창을 통해 본 클린룸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곳의 길이는 520m로 롯데월드타워를 눕힌 것과 맞먹는다”며 “창문으로 보이는 경계를 넘어서도 더 많은 공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보안상 사진촬영은 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1 내부 모습. 천장에 웨이퍼를 싣고 이동 중인 OHT가 보인다. (사진=삼성전자)
거대한 공간에서 들리는 건 ‘위잉’ 거리는 기계 소리뿐이었다. 반도체 8대 공정을 거치는 웨이퍼를 운반하는 OHT(Over Head Transport)가 천장 레일을 따라 쉼 없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였다. OHT는 24장의 웨이퍼를 옮기는 장비로, 1라인에만 1850여대의 OHT가 사람 대신 웨이퍼를 옮기는 작업을 24시간 내내 하고 있는 것이다. 파란색 삼성 로고가 크게 적혀 있는 OHT에는 모두 센서가 장착돼 있어 충돌할 일이 없다. 여러 대가 일정 간격을 두고 직선주로와 곡선주로에서 속도를 조절하며 유연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OHT로 반도체 공정이 100% 자동화로 진행될 수 있으며 제작공정의 효율이 더욱 높아졌다”며 “한 대당 가격은 풀옵션을 적용한 그랜저 한 대 값”이라고 했다. 해당 OHT는 국내 장비업체의 장비로 외국 장비를 쓰던 기존 공장과의 차별점으로도 볼 수 있다.

움직이는 OHT에 초록색 경광등이 켜져 있으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빨간색이나 주황색 불이 들어온다면 문제가 있는 것을 의미해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OHT 아래로는 흰색, 파란색의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작은 미세먼지 하나만으로도 반도체 불량을 야기할 수 있는 탓에 클린룸에 들어갈 때는 폴리에스테르 방진복을 입어야 하며 ‘노메이크업, 노헤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 방진복 색상으로 업무를 구분하고 있다. 흰색은 삼성전자 임직원, 하늘색은 엔지니어, 파란색은 협력사 직원인 식이다.

삼성전자는 2020년 말부터 기초공사에 들어간 3라인에 지난 7월부터 낸드플래시 양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 투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3라인에서는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의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다양한 첨단 생산시설을 확대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3라인 가동뿐만 아니라 미래 반도체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4라인 착공을 위한 준비작업도 착수했다. 평택 4라인의 구체적인 착공시기와 적용 제품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향후 반도체 시장의 수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초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평택캠퍼스는 업계 최선단의 14나노 D램과 초고용량 V낸드, 5나노 이하의 첨단 시스템반도체가 모두 생산되는 첨단 반도체 복합 생산단지로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1 내부 모습. 천장에 웨이퍼를 싣고 이동 중인 OHT가 보인다. (사진=삼성전자)
▲클린룸 내 화재상황에 대비하는 교육을 진행 중인 모습.


또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협력사의 환경안전 역량 향상을 위해 1700평 규모의 ‘평택 협력사 환경안전 아카데미’를 지난달 오픈했다. 협력사 직원들이 증강현실(VR) 등 최신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상황 등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국내 최대의 협력사 환경안전 전문 교육시설로 기흥·화성 캠퍼스 환경안전 아카데미보다도 3배 큰 규모다.

현재 평택캠퍼스에는 임직원 1만여 명, 협력사와 건설사 직원 6만여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시와 안성시의 지역 상생 협력사 83개사와 상생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또 국내 반도체 사업장 최초로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리사이클 방진복을 평택캠퍼스에 도입했다. 즉, 평택캠퍼스가 최대규모의 반도체 생산시설일 뿐 아니라 친환경 사업장 구축, 지역사회·협력사와의 상생활동을 통해 반도체 업계 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