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군인연금 부담 1000조 넘었다

by원다연 기자
2021.04.06 15:59:27

지난해 연금충당부채 1044조7000억
1년새 100조5000억 늘어 재정부담↑
기재부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양호”
학계 “공무원·군인연금 구조 바꿔야”

강승준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이 4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 배경 브리핑’에서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지난해 공무원·군인 연금충당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연금충당부채란 정부가 앞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 지급해야 할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을 말한다. 연금충당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 연금개혁을 통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0 회계연도 국가결산’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금충당부채는 전년보다 100조 5000억원(10.6%) 증가해 총 1044조 7000억원에 달했다.

연금충당부채는 지금 당장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돈은 아니다. 미래의 연금 수입도 고려하지 않고 지출액만을 추정한 금액이다. 따라서 국가채무에는 포함되지 않고 재무제표상 부채로 표시된다. 다만 연금을 받을 수혜자가 있고 기금으로 이를 충당하지 못하면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나면 국민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그동안 연금충당부채는 전년과 비교해 △2016년 92조 7000억원 △2017년 93조 2000억원 △2018년 94조 1000억원 △2019년 4조 3000억원 △2020년 100조 5000억원의 증가폭을 보여왔다. 2019년에는 연금충당부채 계산에 사용된 장기재정전망 지표가 바뀌면서 증가폭이 전년보다 줄었다.



김선길 기재부 회계결산과장은 “연금충당부채가 늘어난 건 할인율 하락 효과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할인율은 최근 10년간 국고채 수익률의 평균값으로 정한다. 저금리 여파에 따라 국채수익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할인율도 떨어지고 있다. 할인율 하락 외에도 공무원 재직자 및 재직기간 증가로 지급해야 할 연금이 늘어난 것도 연금충당부채 증가에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적자폭은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펴낸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의 재정수지 적자는 2030년에 각각 6조 8000억원, 2조 5000억원에서 2040년에는 12조 2000억원, 3조 4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이지원 기재부 재정건전성 과장은 “국제기구나 신용평가사들도 연금충당부채 등을 모두 감안해서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을 양호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장)은 “연금충당부채가 당장의 부담이 아니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맞으려면 출산율이나 평균수명, 경제여건 변화 등에 따라 연금 지급이 달라지는 자동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공무원·군인연금 체계는 그렇지 않다”며 “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훨씬 많았던 당시 설계된 구조(세대 간 연대 원리)를 현재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자료=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