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디자인!국산 첫 4도어 쿠페 제네시스 G80..비틀어 보다

by오토인 기자
2020.04.20 14:37:27

[이데일리 오토in] 카가이 이준호 기자= 우리는 샤오미를 '대륙의 실수'라 부른다. 가격에 비해 퀄리티가 좋아 가격 책정이 실수한 것 아니냐는 의미다. 제네시스도 한때 제네실수로 불렸다. 제네실수는 '제네'와 '쟤네'의 동음이의어에 의한 언어유희다. 대륙의 실수는 가성비가 좋다는 칭찬이지만, 제네실수는 조롱의 의미다.

제네시스 조롱거리는 다양하다. “그 가격이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산다. 현대차 매장에서 파는 럭셔리카. 미국에서 팔리지도 않는다” 등이다. 디자인도 예외는 아니다. 벤비아(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 믹스다. '조선의 벤틀리'라는 평도 꾸준하다.

미국은 가장 큰 프리미엄 브랜드 대표 시장이다. 제네시스도 사실상 미국 판매량에 성공의 승패가 달렸다. 위 표를 보면, 아시아와 유럽 대표 프리미엄 브랜드 중 제네시스 G80 판매량은 꼴찌다.(더 충격적인 사실은 독일 3사는 4도어 쿠페 세그먼트 판매량이 빠진 수치다) 다만, 제네시스는 신생이다. 라인업 구축도 완성되지 않았다. 디자인도 이제야 새로운 룩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G80과 GV80은 그래서 중요하다.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층의 볼륨 라인업이다. 디자인에선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모델이다. 엠블럼을 형상화한 크레스트 그릴과 2 줄의 LED 라인은 G80과 GV80 디자인의 핵심이다. '어슬레틱 엘레강스'라며 뒤로 갈수록 처지는 라인도 똑같다. 완벽한 패밀리 룩을 고수한다. 패널은 심플한 표면처리를 중점으로 뒀다. 실루엣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자세(stance) 만큼은 어떤 경쟁자와 비교하더라도 실수가 아니다. 제대로다.

GV80 모습을 그대로 이어간 G80을 통해 제네시스는 아이덴티티를 확립했다. 그 과정은 안정적이다. 지금껏 프리미엄 브랜드가 해왔던 전철이다. 아이덴티티를 정하고 패밀리 룩으로 엮는다. 최근 대표 사례는 볼보다. 아울러 자국(영국) 대표 디자이너인 이안 칼럼을 내세워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한 재규어도 꼽을 수 있다. 볼보는 판매량에서 성공했지만, 재규어는 실패했다. 디자인이 아니라 고질적인 품질 문제 때문이다. 반면, 볼보는 안전 +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라는 네이티브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제네시스는 어떤 위치일까?

제네시스는 제네실수에서 벗어나 한반도의 실수가 돼야 한다. 샤오미를 보자. 샤오미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바탕은 착실한 벤치마킹이다. 미에어 공기청정기는 일본 발뮤다 디자인을 카피했다. 원작은 50만 원대 프리미엄 제품이었지만, 벤치마킹작은 20만 원대였다. 그럼에도 성능과 마감에서 뒤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기업 철학은 핸드폰을 비롯해서 쓰레기통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중국 제품은 품질 나쁜 싸구려라는 인식을 소비자의 뇌리에서 지웠다.

제네시스의 첫 모델이었던 G80은 현대차 이미지를 어떻게 바꿔 놨을까? 미국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는 우리가 중국차를 보는 것과 같았다. YF 쏘나타 디자인 충격은 '대중 브랜드도 파격적인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인식으로 바꿔 놓았다. 현재, 제네시스는 미국 J.D. Power 신차 품질 조사 3년 연속 1위다. IIHS 충돌 평가에서는 Top Safety Pick+ 최고 등급에 올랐다. 적어도 품질과 안전에 있어서는 검증을 받은 셈이다. 이제 남은 건 현대라는 이미지, 또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얼마만큼 매력적으로 어필하느냐이다.

G80은 그 역할의 중심에 선다. 제네시스라는 창세기를 열었던 모델이고, 새로운 디자인 랭귀지를 확정한다. 재규어 이안 칼럼처럼 제네시스에는 좋은 한국인 디자이너가 있다. 바로 이상엽이다. 적어도 새로운 G80 디자인에 대해 망작이라고 평가 내릴 사람은 없다. 그만큼 시각적인 매력은 충분하다. 시작이 좋다. 다만 몇 가지 실수가 보인다.

G80 디자인의 핵심은 4도어 쿠페 스타일이다. 이미 GV80을 통해 보인 모든 캐릭터는 재설명이 필요치 않다. G80은 GV80에서 보인 어쭙잖은 패스트 백을 완벽히 구현했다. 3박스 세단이라 가능하다. 패스트 백은 쿠페 스타일의 중심이다. 리어 윈도에서 트렁크로 내려오는 각도가 거의 하나의 선처럼 연결됐다. 치켜 올라간 C 필러의 쿼터 글라스까지 싸잡아 보면 영락없이 4도어 쿠페 아우디 A7이다.

오목한 트렁크 패널도 BMW 최초 4도어 쿠페 모델인 6시리즈 그란쿠페에서 선보였다. 아우디 A7보다 2년 뒤늦게 나왔지만 낮고 날렵한 비례가 정말로 멋진 디자인이었다.



G80 디자인이 앞선 것들의 카피로 생각지 않는다. 샤오미가 발뮤다를 벤치마킹 했듯이 후발 주자의 노고로 해석한다. 나쁘지 않다. 라인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문제는 원래 G80은 정통적인 세단 스타일이었다는 점이다. 쏘나타가 패스트 백을 차려 입고, 그랜저가 세미 패스트 백으로 치장했을 때에도, 제네시스 형제들은 하나같이 포멀한 정통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G80은 옆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쿼터뷰에서 보나 영락 없이 4도어 쿠페 스타일이다. 경쟁 모델 중에서도 4도어 쿠페 스타일은 G80이 유일하다.

G80에 4도어 쿠페 스타일을 입힌 이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독 3사의 라인업을 보면 아우디 A7, 메르세데스 벤츠 CLS, BMW 6 시리즈는 4도어 쿠페 세그먼트다. 이 모델들은 평범한 세단 스타일의 A6, E 클래스, 5시리즈보다 가격이 10% 이상 비싸다. 판매량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전폭이 넓은 스포츠 성을 지향하는 엔지니어링이 추가된다. 아울러 겉 멋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의 사고방식 때문에 4도어 쿠페 스타일이 볼륨 모델로 등극하기 어렵다. 4도어 쿠페는 GT 카다. 성인 4명의 탑승객이 적은 짐으로 장거리 여행을 가는 좀 사치스러운 고객이 대상이다.



4도어 쿠페 스타일은 메르세데스 벤츠 CLS가 시초다. 국내에서도 4도어 쿠페 붐이 일었으나 CLS가 아니다. 아우디 A7이다. 낮은 레이아웃의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파라볼릭(포물선)이라 거창하게 이름 붙이지 않아도 멋진 캐릭터 라인은 소비자에게 모던과 클래식의 매력을 함께 줬다. 그 시너지는 엄청났다. 남이 산 것이 좋아 보이면 우후죽순으로 줄 서는 게 우리나라 소비심리 중 하나다. 루이뷔통의 스피디 백은 참 이름이 절묘하다. 길거리에서 10초마다 보였다니, 어쨌든 그 당시 A7은 A6보다 길거리에서 더 많이 보였다.

G80은 2011년 등장한 A7 프로파일과 상당히 흡사하다. 그럼에도 A7과 비교해 부족한 요소가 많다. A7은 쿠페 디자인의 정통성을 충실히 반영한 디자인이다. 프레임리스 도어와 리프트 백으로 열리는 트렁크가 대표적이다. G80은 겉모습만 쿠페 스타일이다. 플래그 타입 사이드 미러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쿠페적 요소가 없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다. 값을 같게 하거나, 좀 더 노력을 하는 것보다는 겉보기에 좋은 걸 선택하자로 해석할 수 있다.

제네시스가 한국 브랜드라는 걸 알리는 유일한 요소가 여백의 미다. 여백의 미는 인테리어에 반영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진짜 여백의 미를 갖춘 인테리어는 테슬라가 아닐까? 테슬라가 있는데, 어떻게 여백의 미를 거론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이 점은 편집장도 적극 지지하는 부분임) 그나마 GV80과 디자인이 완벽히 같지 않음에 위안을 삼는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는 세단과 SUV 인테리어를 무분별하게 공용화했다. SUV가 도심형이 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성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현재 메르세데스 벤츠는 SUV와 세단 인테리어를 차별화한다.

G80도 GV80과 인테리어의 부분 부분이 다르다. 스티어링 휠이 2 스포크에서 4 스포크로 변경됐다. 공조기 레이아웃과 송풍구 디자인이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도어 스피커 그릴 디자인에 신경을 더 썼다. 차별은 느낌이 좋지만 의도는 불분명하다. 같은 브랜드이며, 페이스 리프트 된 것도 아닌데 디테일 변화가 애매하다. 메르세데스 벤츠 CLS와 GLE 인테리어 변화처럼 이건 세단, 저건 SUV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세세하게 뜯어보기 전까지 매우 엇비슷하다. 엇비슷하면서도 다른데 다름이 터무니 없다. 그냥 디자이너가 다르고, 다름을 느낌대로 승인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결론을 내려 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프리미엄급 4도어 쿠페가 G80이다. 모양새도 뭔가 익숙한 냄새를 풍기지만, 강렬한 캐릭터로 덮을 수 있다. 국산 최초의 프리미엄급 4도어 쿠페가 나온 셈이다. 실용성이니 가격이니 무슨 상관있겠는가? 미국에서도 내구성 좋고 안전하다고 평했다. 이 정도면 제네실수가 아니라 반도의 실수라고 해주자. 부러우면 지는 거다. 멋지고 좋으게 있으면 따라해야 한다. 겉모습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차를 사는 정말 한국적인 디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