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공백에 흔들린 삼성그룹株…충격 얼마나 더?

by박형수 기자
2017.08.28 16:34:50

외국인,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반응…경쟁력 저하 우려
국내 기관, 현재 주가 매력적…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외국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SDI·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삼성그룹주(株) 주식을 일제히 내다 팔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그룹내 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96%나 하락한 230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힘겹게 230만원대에 턱걸이했다. 이 부회장 실형 선고 이후 주가가 이틀 연속으로 하락했다. 특히 매도상위 창구를 보면 크레디리요네증권(CLSA)과 UBS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실제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320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우선주 주식도 15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SDI 등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전략적 판단과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릴 리더십 부재에 대해서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바라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온 지난 주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S&P는 급변하는 기술 기업 특성상 전략적 결정과 주요 투자계획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오랜 기간 리더십 부재 상황이 지속했을 땐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피치도 비슷한 맥락에서 대규모 투자가 지연될 수 있고 전략적 제휴도 늦어져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재판이 끝나고 재계에서 나온 반응도 비슷했다. 총수 의사 결정이 절대적인 인수·합병(M&A)건과 투자 집행, 신사업 진출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주가에 영향을 줬다. 주요 외신은 재판 결과를 긴급 뉴스로 전했다. BBC는 이 부회장을 부패 혐의로 구속된 삼성의 후계자라고 소개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5월 삼성전자 브랜드 가치가 382억달러(약 43조552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삼성그룹은 오랜 기간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쌓아놓은 무형 자산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외국에서 반응과 달리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비교적 차분하게 이 부회장 재판 결과를 받아들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로 지주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 시각을 기대하는 투자자도 있다”면서도 “이미 구속 결정된 시점에서 반영된 이슈라는 점에서 주가에 변곡점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기업 지배구조 공시제도와 스튜어드십코드 제도 활성화 가능성 등이 주가를 견인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과거 다른 그룹사 사례를 살펴봐도 재벌 총수 구속이나 실형 선고때 출렁였던 주가가 단기간 회복했다는 점도 국내 기관투자가 판단에 영향을 줬다. 이민희 흥국증권 연구원은 “신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전문 경영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에 경영 공백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부문에서 확보한 독보적 경쟁력과 스마트폰시장에서의 압도적 지위,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삼성전자 현재주가는 주당 가치에 비해 현저히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