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이수만, 수백억원대 상호 출자제휴..한류 기반 사업 강화

by김현아 기자
2017.07.17 15:27:38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이종 산업과 핵심 인프라를 공유해서 국가 경제에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거대한 실험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회장과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국내 1위 통신사인 SK텔레콤(017670)과 국내 1위 연예기획사인 SM엔터(041510)테인먼트가 수백억원대 상호 출자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 관계를 체결해 ICT기반 한류 수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한류의 높은 인지도에 비해 연예기획 산업의 규모는 헐리우드 영화 1편의 글로벌 수익에도 못 미치는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번 혈맹으로 공연과 음원 같은 한류 콘텐츠에 인공지능(AI) 등 국내 ICT 역량을 결합하면 5년내 10배의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양사 판단이다.

SK텔레콤과 SM엔터테인먼트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대규모 상호 계열사 출자 및 미래 신산업 개척을 위한 전략적 제휴 체결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SK텔레콤은 드라마 연예 콘텐츠 제작 및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SM C&C(SM엔터 자회사)에 650억원을 증자해 2대 주주가 된다. 이 과정에서 SM C&C는 SK그룹 광고사업을 담당했던 SK플래닛의 광고사업부문도 인수한다.

SK엔터테인먼트는 음향기기 등 단말기를 만들었던 아이리버(SKT 자회사)에 400억원을 증자해 2대 주주가 된다. SK텔레콤은 250억원을 아이리버에 유상증자해 1대 주주 위치를 유지하며, SM엔터는 해외 자회사와 함께 SM C&C에 73억원을 증자해 1대주주 위치를 유지한다. 아이리버는 SM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SM엔터자회사, SMCC)를 합병해 일본내 음원 플랫폼 시장 진출도 모색한다.



SK텔레콤은 2015년에도 연예기획사인 IHQ와 상호 출자를 통한 ‘ICT+한류’ 진출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실패했다. IHQ가 포털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최대주주가 되고, 그룹내 플랫폼 사업을 하던 SK플래닛이 IHQ 2대 주주로 올라서는 모델이었지만 IHQ 일부 주주가 반대했다.

그러나 이번 제휴는 IHQ와 시도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신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진출 전략도 구체적이라는 평가다.

SK가 가진 통신망과 AI라는 신기술 플랫폼과 SM엔터테인먼트의 한류 콘텐츠를 융합하면 관광이나 쇼핑, 문화체험 같은 지금까지 없었던 사업 기회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제휴는 서로 다른 회사간 핵심 역량과 인프라를 파트너와 나누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SK그룹의 신경영방침인 ‘딥체인지2.0’의 첫번째 성공 사례로 평가 받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19일 관계사 CEO가 참석한 ‘2017 확대경영회의’에서 “SK가 보유한 유무형의 역량과 인프라가 SK는 물론 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토대가 돼야 한다”며, 공유 인프라를 기본으로 하는 ‘함께하는 딥체인지 2.0’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