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이 나르샤`…증시 뒤흔든 안철수·반기문테마株

by박형수 기자
2016.04.14 15:41:28

여당 내 유력 정치인 관련주 줄줄이 급락
반기문 대망론 주목받으며 보성파워텍 상한가 마감
안철수 관련주 장 초반 급등 후 차익실현 매물에 장대 음봉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지난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정치인 테마주가 요동쳤다. 여권 내 ‘잠룡’으로 거론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관련주로 분류된 상장사는 급락했고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관련주는 급등했다. 예상보다 선전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관련주는 장 초반 반짝 급등세를 보인 뒤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한 채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가 상장사 기업 가치에 변화를 이끌 만한 변수가 될 수 없다며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14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진양화학(051630)은 가격 제한폭까지 하락한 412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진양화학은 3월 한 달 동안 142% 올랐다가 이달 들어 46% 급락했다. 진양화학과 관계사인 진양산업(003780) 주가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진양화학과 진양산업 등은 오 전 시장과 고려대 동문이 진양홀딩스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오세훈 전 시장 관련주로 소문이 났다.

김무성 대표 관련주로 분류된 전방(000950) 체시스(033250) 엔케이(085310) 등도 이날 20%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총선이 끝나고 김 대표는 과반에 턱없이 모자라는 의석(122석)을 확보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표최고위원직에서 내려오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내 잠재적인 대선 주자로 주목받던 정치인 대다수가 총선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탓에 정치권에선 반기문 사무총장을 서둘러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유력 정치인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른 반 총장의 역할론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증시에서 관련주도 급등했다.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 씨가 부회장으로 재직한 보성파워텍(006910)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재영솔루텍(049630) 씨씨에스(066790) 등도 10% 이상 올랐다.



야권 인사와 관련한 테마주도 거래량이 폭발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압승하면서 제3당의 입지를 굳혔다. 앞으로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안 공동대표 관련주로 ‘사자’ 주문이 몰렸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안랩은 장 초반 20% 이상 급등했다. 이후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는 1.7% 오른 채 거래를 마쳤다. 평소 20만주 안팎의 거래량을 기록했던 안랩은 본격적인 선거 운동 기간에 100만주 이상 거래됐다. 주가가 요동을 친 이날도 300만주 이상 거래되며 거래규모가 2500억원을 넘어섰다. 써니전자(004770)는 급등 출발했다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안 공동대표 관련주의 선방을 기대하며 최근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이 이날 일제히 팔면서 관련주 주가가 장대 음봉을 그린 것으로 풀이됐다.

12년 만에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선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 문재인 전 대표 관련주도 선방했다. 비록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많은 의석을 내줬지만 서울과 수도권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 주가 상승의 빌미가 됐다. 우리들휴브레인(118000) 우리들제약(004720) 뉴보텍(060260) 등이 강세를 보였다.

정치 테마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서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 테마주가 단기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감독 당국이 테마주 단속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