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3.11.07 17:56:51
박대통령 유럽순방 현지 인터뷰
[런던=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프랑스 중견기업 32개가 포브스 500대 기업에 들어가 있다고 합니다. 그게 우리나라 중견기업이 가야할 길이고, 해야 할 일입니다. 중견기업이 지향하는 바는 글로벌 전문기업입니다. 유럽에 기회가 많습니다.”
지난 6일(현지시간) 런던 시내 골든스퀘어의 한 한식당에서 만난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회장의 표정은 결의에 찬 장수 같았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럽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프랑스와 영국, 벨기에를 방문해 유럽 경제인들과 잇따라 만나면서 중견기업이 나아가야 할 바를 찾았다. 바로 글로벌화다.
강 회장은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불 경제인 간담회에서 피에르 가타즈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회장이 한 말이 뇌리에 꽂힌 듯 했다. 프랑스 중견기업 32개가 포브스 500대 기업에 포함됐다는 얘기다. 그는 “우리라고 못하겠느냐. 처음부터 우리나라에서 가능하다고 해서 한 것이 무엇이 있었느냐”며 “중견기업은 글로벌 전문기업을 지향할 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하이테크놀러지와 결합해 제3국으로 진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과 유럽 기업의 협력을 통한 제3국 진출은 박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을 아우르는 경제 분야 모토이기도 하다.
강 회장은 박근혜정부가 중견기업의 글로벌 전문기업화를 지원하고 있는 데 대해 “이 정부가 아니면 못할 일”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의 경직성과 이기주의가 정책 추진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 현장에는 너무 많은 이해관계가 있다보니 잘 움직이지 않는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이익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되는 건데 그걸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의 정책에 있어 중견기업이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소기업이 각종 혜택을 포기하지 못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지 않는 ‘피터팬 컴플렉스’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강 회장은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중견기업에 해답이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을 보호하는 법이나 정책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근 30%를 차지하던 노키아가 무너졌는데도 핀란드가 망하지 않은 건 중견기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