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위성 연속 실패, 체면 구겨…9·9절 앞두고 서두른 듯(종합)

by김관용 기자
2023.08.24 16:17:07

지난 5월 1차 발사 이후 85일 만에 재차 발사
北 "큰 문제 아냐"…엔진 성능 일부 개선된듯
尹 "北 발사체 분석 결과 美·日과 공유" 지시
10월 재발사…10월 10일 당 창건일 전후 예상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북한이 24일 군사정찰 위성을 탑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지만 지난 5월 31일 제1차 발사에 이어 또 실패했다.

합참은 이날 오전 3시 50분께 평안북도 동창리의 새로운 위성발사장에서 이륙한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33㎞ 상공을 지나 이어도 서쪽 공해 상공까지 통과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차 발사 때는 발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북 군산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추락했었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새벽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회의에서 “이번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북한의 어떠한 발사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관련 상황을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미사일 방어협력 증대, 3자 훈련 정례화를 면밀하게 추진해나가는 한편, 오늘의 분석결과를 미국, 일본과 공유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2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북한 정찰위성 발사 실패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3개월 만에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다시 도전한 것은 인민정권 창건일(9·9절)에 앞서 축포를 쏘아 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북한은 ‘민간 무력 열병식’ 개최를 예고하는 등 75주년 9·9절 준비에 신경을 써왔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기념하는 날인 8월 25일 ‘선군절’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두 차례 연속 실패로 국제적 망신을 당했지만, 직전 발사 실패의 원인이었던 로켓 엔진 결함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한 것으로 보여 기술적인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이날 발사 실패 2시간 반 만에 이를 공식 인정하면서도 “큰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1차 발사 때 ‘엄중한 결함’이라고 평가한 것과는 비교된다.

특히 “3계단(단계) 비행 중 비상폭발체계에 오류가 발생해 실패했다”고 했다. 비상폭발체계는 자폭 시스템이다. 군 당국은 각 단이 정상 비행하지 않을 때 의도적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장치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10월 제3차 정찰위성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므로 그(10월 10일 당 창건일)쪽 중심으로 일정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전했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불과 85일 만에 위성 발사를 재시도한 것에 대해 “저희 예상보다 (발사 시점이) 상당히 빠르다”면서 “실제로 기술력을 가지고 도달한 것인지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쏘는데, 북한은 지금까지 ICBM 발사는 3번 성공, 우주발사체는 2번 실패했다”며 “역으로 보면 북한의 ICBM 기술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군 당국은 이번에도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해 북한 우주발사체 잔해의 탐색·인양 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 5월 서해에 추락한 위성체 ‘만리경 1호’의 주요 부분을 인양해 미국과 공동조사한 결과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