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6차 유행 앞두고 치료제 품귀…고위험군 치료 우려

by박태진 기자
2024.08.08 17:12:34

입원환자 한 달 새 5배 급증…이달 500명 돌파할 듯
8~9월 대유행 예고…7만명분 공급에도 수요 못 따라가
질병청 “일시적 부족 현상…물량 추가 공급중”
전문가 “위험 집단 선별지급 시스템 필요…예산확보도 고민해야”

[이데일리 박태진 경계영 기자] 최근 한 달 새 코로나19가 다시 무서운 기세로 확산하고 있지만 먹는 치료제인 미국 화이자사의 ‘팍스로비드’ 등 물량이 동이 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고위험군 치료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방역 당국은 부랴부랴 치료제 확보에 나섰지만 일선 의료기관, 약국 물량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이 앞서 8~9월 6차 대유행을 예고했는데도 정부가 방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4주간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5배 증가했다. 7월 첫째 주 91명이던 입원 환자가 셋째 주 225명으로 늘더니 넷째 주에는 465명이나 발생했다. 한 달새 5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8월로 접어들면 입원환자 규모가 500~600명대로 늘고 중환자 숫자도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청도 올 여름 코로나19가 유행할 것으로 보고 예방접종을 권고했다”면서 “여름 유행을 기정사실화 했다면 약이 떨어지기 전에 약을 풀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사진=화이자)
일각에선 중환자가 늘어날 경우 대학병원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치료제다. 고위험군 코로나19 환자가 팍스로비드나 대체 치료제인 ‘라게브리오’를 먹으면 입원·사망 확률이 85% 낮아지고 심혈관계·호흡기계 후유증도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치료제가 부족한 탓에 환자가 제때 약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약은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먹어야 효과가 있어 복용 시기를 놓쳐선 안 된다.

편의점 내 자가진단키트 판매도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서 지난 1~7일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매출액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1299.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소독제와 마스크 매출액도 각각 42.1%, 31.8% 늘어났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 역시 자가진단키트 매출액이 지난 1~5일 전월 동기 대비 833%나 늘었다. 닷새 동안 판매된 키트만 8000개에 육박한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의 자가진단키트 매출액도 전달보다 132% 증가했다.

질병관리청도 지난달 코로나19 치료제 공급량을 7만 6043명분으로 6월(737명분) 대비 100배 이상 늘렸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 치료제 재고가 동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즉각 반박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질병청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지원 중인 코로나19 치료제의 사용량이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팍스로비드 등 치료제의 재고가 동났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7일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자가진단키트가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치료제 주간 사용량은 6월 넷째 주 1272명분에서 7월 다섯째 주에는 4만2000명분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서 치료제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실시간 사용량과 재고량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시·도 주관 하에 지역 내 실시간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수급관리 물량을 시·도 단위에 추가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개별 약국과 병원은 정기공급 물량이 도착하기 전에 치료제 부족이 우려될 경우 소재지의 보건소가 보유중인 수급관리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청은 코로나19 치료제가 일반의료체계 내에서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 때까지 고위험군을 지속 보호하기 위해 추가구매를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예전 유행 시기보다는 일선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가지고 있는 총량이 모자라는 현상이 있을 수는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당초 확보해 놓은 물량이 2조원 규모로 꽤 되기 때문에 중간에 갑자기 현장 수요가 늘어나면서 재고가 없어지는 문제만 단기간에 해결을 하면 장기적으로는 수급관리에 어려움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는 단가가 비싸서 모든 사람에게 다 줘야 효과가 좋은 약은 아니며 고위험군에 한해서면 효과 좋다”면서 “가장 위험한 집단에게만 선별적으로 잘 줄 수 있는 시스템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치료제 확보 예산도 넉넉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치료제 예산은 올해 1798억원이다. 지난해 8189억원(이월 포함)보다 78% 줄었다. 이에 질병청은 추가 예산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구매 비용을 전액 국가 예산에서 해결해야 한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건강보험 재정을 소요하는 게 아니라 전액 국가 예산 사업”이라면서 “예산 도입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