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5개월'만에 1380원 돌파한 환율…유학생 울고 달러예금 줄고

by정두리 기자
2024.04.15 19:01:22

15일 환율 전날보다 8.6원 오른 1384원
수입 기업과 유학생·기러기 아빠 ‘직격탄’
시중은행 “정부 정책 기조 모니터링 강화”
달러예금, 차익 실현 매물 등으로 감소세

[이데일리 정두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1년 5개월 만에 1380원대를 돌파하면서 수입 물가를 관리해야 하는 기업과 유학생, 기러기 아빠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환차익 실현 등의 영향으로 달러 예금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1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75.4원)보다 8.6원 오른 13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8일(1384.9원) 이후 약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990년대 후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2000년대 중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 주요 이벤트가 발생한 때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초강세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3시 기준 105.97을 기록하고 있다. 한때 106을 넘어서기도 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주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진 한편 국제유가가 추가로 상승해 인플레이션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중동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돌파할 거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을 거듭하면서 유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유학생 부모들은 송금할 때 환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다. 또한 환율 급등은 수입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는 만큼 수입기업에도 ‘직격탄’이다.



은행권도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해 주목하고 있으나 별도의 리스크 관리 대비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고환율 관련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보다는 정부 차원의 환율 정책 등을 예의주시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정부 정책 등 기조를 살펴보며 추가 대응이 필요할지 모니터링 중”이라고 했다.

대신 은행권은 다양한 환율 우대 이벤트와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해외에 송금해야 하는 유학생 가정에는 환율 우대, 송금 수수료 할인 등이 포함된 관련 상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쌓였던 은행 외화예금은 환율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출현하면서 최근 들어 빠르게 잔액이 줄고 있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635억 1130만 달러, 12월 말 629억 2829만 달러, 올해 1월 말 593억 5551만 달러, 2월 말 578만 3013만 달러, 3월 말 573만 7761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4개월 연속 하락세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계속해서 오버슈팅하면 이란과 이스라엘의 지향적 리스크에 더해 유가도 비싸져 국내에서는 부담 요인”이라며 “한국은행으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조금 늦출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어느 정도 박스권에서 갇혀 있게 된다면 달러 예금은 차익 실현과 맞물려 쉽게 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