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희동 기자
2020.06.30 15:40:00
30일 반도체 자회사 세메스 방문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지만 멈추면 미래 없다"
4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리스크 속 분발 당부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 갈 길이 멀다. 지치면 안된다. 멈추면 미래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30일 반도체 부문 자회사인 세메스(SEMES)를 방문해 내놓은 이 발언에 대해 재계에선 “최근 그와 삼성을 둘러싼 절박하고 답답한 심경을 엿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삼성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에 기업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러나 총수인 이 부회장은 4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리스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지난 2016년 말부터 시작된 사법리스크는 이 부회장에겐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터널’이 되고 있다. 특검 수사에 따른 파기환송심이 재판부 기피 신청 등으로 연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새로운 검찰 수사가 시작돼 또다시 기소 여부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었던 2015년 7월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으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또다른 재판이 다시 시작된다면 삼성은 ‘잃어버린 10년’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애플과 대만 TSMC 등 글로벌 경쟁업체들은 전략적인 투자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서며 미래를 향한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며 “삼성은 선제적인 미래 준비는 고사하고 생존을 위한 경쟁에서도 불리한 여건에 놓인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이 이런 현실 속에서도 임직원들에게 용기와 분발을 당부한 것은 또다시 사법리스크를 직면한 스스로에 대한 독려의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입장 발표를 통해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고 ‘새로운 삼성’으로 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한 자신을 포함한 삼성의 구성원들에게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갖고 지치지 말자고 당부한 것이란 분석이다. 또 최근 현장 경영 행보 중에 “가혹한 위기상황이다”, “자칫하면 도태된다”며 절박한 심경을 잇따라 내비친 데 이어, “멈추면 미래가 없다”고 강조한 부분은 끊임없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분발을 다짐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 100년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사라진 것은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최고의 기업도 잠시라도 머뭇거리고 주춤하면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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