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연속 하락한 코스닥, 연 저점 640선도 불안하다

by김윤지 기자
2019.07.26 15:59:51

나흘간 4.5% 하락…시총 30% 차지 바이오주 주춤
“하반기 임상 3상 기대치 하락에 수급도 꼬여"
“4분기 돼야 코스닥 반등 전망”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코스닥 지수가 장중 640선이 위태로울 정도로 하락하면서 연중 저점을 경신했다. 나흘 연속 하락하며 4% 넘게 폭락했다. 기업 실적 악화와 미·중 무역 갈등, 한·일 분쟁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국내 증시가 하락하는 가운데 코스닥은 코스피와 비교해서도 유난히 가파른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증권가에선 코스닥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제약·바이오주의 위기와 수급 약화를 꼽는다. 전문가들은 “섣불리 바닥은 점치기 어려운 장세”라며 “4분기에나 코스닥 지수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 지수는 장중 640.43선까지 하락해 연 저점을 기록했다. 작년 10월 31일 글로벌 증시 폭락장에 코스닥 지수가 638.38을 기록한 이후 9개월만에 최저치다. 코스닥 지수는 나흘 연속 하락하며 4.5%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3% 하락한 것과 비교해도 하락폭이 크다.

증권가에선 코스닥 지수가 코스피에 비해 하락폭이 큰 것에 대해 코스닥 시가총액에서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제약·바이오주의 몰락을 지목한다.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지난 5월 25% 하락을 시작으로 석 달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10% 가까이 떨어졌다. 시가총액 3위인 신라젠(215600) 역시 석 달 연속 하락해 31% 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헬릭스미스(084990)는 이달 들어 12%대 상승세를 보이긴 했으나 이틀간 5% 가량 주가가 떨어졌다. 한미약품(128940)의 기술 계약 해지, 에이치엘비(028300)의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코오롱티슈진(950160)의 인보사 허위 성분 등 제약·바이오주 관련 각종 악재가 쏟아지면서 투자 심리가 약해진 영향이다.

특히 하반기엔 주요 바이오주의 임상 3상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이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미리 주식을 팔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8월 메지온(140410) 유데나필(단심실질환) 9월 신라젠 Pexa-ve(간암), 헬릭스미스 VM-202(당뇨병성 신경병증) 등이 예정돼 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임상 3상 결과가 다수 나오는데 이들이 실패할 경우 충격으로 여타 바이오 종목까지 주가가 하락하겠구나라는 생각에 미리 주식을 파는 경우가 있다”며 “임상 3상 결과들이 8~10월까지 발표될 예정이라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전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의 몰락, 2012년 화장품주의 소멸처럼 주도주 역할을 한 제약·바이오주가 힘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시황 부진까지 맞물렸다”고 평가했다.



코스닥 지수가 워낙 제약·바이오주에 쏠려 있어 더 타격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주로 고밸류로 평가 받은 종목이 흔들리면서 자연스럽게 지수도 흔들리는 것”이라며 “지수 자체 보다 쏠림현상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코스닥 시장은 수급도 꼬여 있어 아직은 바닥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거래대금의 80~90%를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현재 빚으로 버티고 있으나 이들이 계속된 증시 하락세에 반대매매 등 손절 매도로 이어질 경우 시장이 우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영환 연구원은 “신용으로 제약·바이오주를 산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융자 부담이 있는데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이 부분이 정리되기 전까지 이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가 연일 하락하는 데도 불구하고 신용융자 잔고는 25일 5조4149억원으로 사흘간 41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는 아직까지 빚으로 쌓은 수급이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가 추가 하락하면 언제든 매물도 나올 수 있어 증시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기관들의 흐름도 좋지 않다. 김재훈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소문들이 시장을 누르고 있다”며 “연기금쪽에서 펀드 환매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고, 연장선 상에서 바이오주들의 공매도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단 평가가 나온다. 강현기 연구원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섣불리 바닥을 타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4분기는 돼야 제약·바이오주나 수급과 관련된 이슈가 잠잠해지면서 코스닥 지수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영환 연구원은 “임상 이슈가 끝나는 10월 이후가 돼야 코스닥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며 “코스닥 지수의 조정이 가팔라지면 반등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으나 현재로선 4분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말 예정돼 있는 헬릭스미스의 VM202의 결과가 성공한다면 투자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