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합종연횡 가속화‥반도체업계 지각변동 태풍부나

by장순원 기자
2015.10.22 15:37:30

웨스턴디지털, 샌디스크 190억다러 인수
반도체부문서 하루사이 40조 빅딜 성사
M&A 가속화하면서 업계 변화 커질 듯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중국발(發) 글로벌 반도체업계의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다. 하룻 새 340억달러(약 39조원)의 ‘빅딜’이 성사될 정도다. 이는 업계가 글로벌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업계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반도체회사 ‘웨스턴디지털’은 경쟁업체 샌디스크를 190억달러(약 21조6000억원)에 인수했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합병 소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직전인 지난주 종가에 40%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이번 거래는 올해 반도체시장에서 이뤄진 인수합병(M&A) 가운데 최대 규모 중 하나다. 두 회사가 합치면 연간 매출(작년 기준)이 210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저장장치 업체가 탄생하게 됐다.

웨스턴디지털은 이달 중국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有限公司)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칭화유니는 웨스턴디지털에 38억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25% 확보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번 인수는 칭화유니그룹이 자금을 대 샌디스크를 우회 인수하는 형태인 셈이다. 이 회사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 반대에 부딪혀 협상이 무산됐다.

샌디스크는 삼성전자·SK 하이닉스와 함께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칩을 생산하는 주요업체다. 중국기업이 사실상 샌디스크를 인수해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반도체 산업분야에서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업계의 경쟁도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같은 날 반도체 제조기업 램리서치는 경쟁사 KLA텐코를 106억달러에 합병하기로 했다. 전날 종가의 24%를 웃돈으로 얹었다. 또 기업 인수 전문회사 실버레이크와 토마 브라보가 정보기술(IT) 성능 관리 솔루션 제공업체 솔라윈즈를 45억달러에 사들였다. 이에 따라 이날 하루에 성사된 M&A 규모만 340억달러다.

앞서 인텔은 지난 6월 알테라를 170억달러에 인수했고 지난 5월 싱가포르 반도체업체 아바고 테크놀로지스는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달러에 사들였다.

데이터 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반도체업계의 M&A 규모는 1005억달러(약 112조83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연간 규모(377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반도체업계의 인수합병이 활발해진 것은 경쟁이 격화하면서 업계가 먹고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M&A도 몸집을 불려 비용을 줄이고 새 성장동력을 얻으려는 목적 가운데 하나다. 실제 이번에 샌디스크를 인수한 웨스턴디지털도 디스크드라이브 제조 분야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둔화해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이와 함께 시중에 풀린 유동성도 풍부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고 미국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자금조달비용이 올라가니 미리 움직이는 게 낫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활발한 인수합병은 올해 기술(테크) 분야의 전반적 흐름이기도 하다. 영국 금융 조사업체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기술기업 부문의 M&A 규모는 4350억달러다. 1년 전보다 85%나 증가했다. 이는 지난 1990년대 말 닷컴 거품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월트 피에치크 BTIG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상황이 이어진 가운데 성장한계에 부딪힌 기업으로서는 M&A를 적극 활용할 수 밖에 없다”며 업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