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기훈 기자
2015.03.10 16:10:20
'한전부지 고가매입 논란' 속 현대차 주총 주목
롯데쇼핑·아모레퍼시픽 등도 사내이사 재선임안 관심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나설까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바람이 부는 가운데 주요 타깃이 된 기업들은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는데 애를 먹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3일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현대차(005380) 제일모직(028260) 삼성에스디에스(018260) LG디스플레이(034220) POSCO(005490)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의 주총이 한꺼번에 예정돼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은 현대차다. 지난해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과 관련해 국내는 물론 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고가 매입’이라는 거센 비판에 시달렸던 현대차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 이에 불만을 품은 주주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일찌감치 점쳐졌다.
실제 지난 9일 브레인자산운용은 이번 현대차 주총에서 대표이사 재선임과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아직 다수 운용사가 현대차 주총 의결권 행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부 운용사들은 브레인운용과 비슷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 지분을 보유한 한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한전 부지 고가 매입 사례를 고려해 반대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이는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의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시장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실적 악화에도 배당을 대폭 늘리며 주주 달래기에 나선 상황. 이번 주총에서 그 효과가 얼마나 발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롯데쇼핑(023530)과 아모레퍼시픽(090430) 역시 주총을 앞두고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롯데쇼핑은 현재 11개 그룹 계열사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여론에 직면해 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통상 8~9개사의 이사를 겸직하면 과다 겸직으로 보는 만큼 신 회장이 이사로서 충실한 의무를 수행할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배당금을 주당 2000원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여전히 배당성향이 과도하게 낮다”고 언급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롯데쇼핑과 마찬가지로 서경배 회장이 계열사 사내이사를 너무 많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둘러싼 논란 가능성이 존재한다.
기업들로선 이들 기관투자자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국내 증시에서 최대 ‘큰 손’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연금은 앞서 배당 확대 등과 관련해 의결권 확대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의결권 행사에 대한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런 목소리가 주총을 계기로 기업에 제대로 전달되고 실효성을 발휘할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