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길게 교섭"…하투(夏鬪) 그림자 드리운 완성차

by손의연 기자
2022.05.09 17:40:47

현대차 노사 10일 상견례…기아, 노조 요구안 곧 확정
완성차 노조 강성 집행부 득세
지난해 무분규 협상…올해 파업 가능성↑
"車반도체 수급난 등 각종 악재 겹쳐…노사 상생 필요"

[이데일리 손의연 신민준 기자]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 임금·단체협약 협상 시즌의 막이 올랐다. 완성차업계 노사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영향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한 발씩 양보하면서 파업 없는 무분규로 임단협 협상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올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국내 완성차 노동조합에 강성 집행부가 들어선데다 고물가와 전동화 전환에 따른 인력 감소 우려로 노조의 요구 사항이 그 어느 때보다 많기 때문이다. 노조는 요구 사항을 사측에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만큼 하투(夏鬪·하계 기간 노조 투쟁) 가능성도 적지 않다. 완성차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악재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업계 맏형 격인 현대자동차(005380) 노사는 이달 10일 상견례를 진행한다. 기아(000270) 노조는 조만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요구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와 기아 노조는 ‘올해를 공동 투쟁 원년의 해로 삼고 굵고 길게 교섭하겠다’는 선전포고까지 했다. 이들은 올해 공동 투쟁 5대 핵심 요구안으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호봉제도 개선과 이중임금제 폐지 △신규인원 충원과 정년연장 요구 △고용안정 관련 요구 △해고자 원직 복직 및 가압류 철회 요구 등을 선정했다.

올해 완성차업계 노사 임단협 협상의 최대 관건은 정년연장 등 고용 안정이 될 전망이다.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로 급격하게 전환하면서 고용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30년 국내 완성차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33%를 차지할 경우 약 3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완성차업계의 노조가 모두 강성이라는 점이다. 사측에 요구 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일례로 현대차의 경우 강성 집행부가 노조를 이끈 2012~2018년 7년 연속 파업을 겪었다. 노조가 파업할 경우 국내 완성차업계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지엠과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각각 8년, 2년 연속 영업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완성차업체들의 타격은 막대할 전망이다. 차량 생산 차질에 따른 출고 지연 기간이 길어져 소비자 피해도 더 커질 수 있다.

문학훈 오산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업계 노사가 지난해 무분규 타결을 이룬 만큼 올해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조가 파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완성차업계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값 상승 등 여러 악재와 엮여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잘돼야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만큼 오래 전부터 파업으로 귀결돼온 노사 문화에 상생이라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