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포토라인 논란...."무죄 추정에 어긋나" vs "국민 알권리상 불가피"

by노희준 기자
2019.01.15 14:20:01

대한변협 및 법조언론인클럽 토론회 주최
1993년 정주영 회장 촬영 경쟁 반성으로 마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 '포토라인 패싱' 후 논란 가열

(사진=이성기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

피의자가 검찰, 경찰 등 수사당국에 소환될 때 잠시 멈춰 서도록 출입구 앞바닥에 테이프로 붙여 놓은 포토라인을 두고 법조계(포토라인 반대)와 언론계(포토라인 찬성)가 맞붙었다.

대한변협(회장 김현)과 법조언론인클럽(회장 박재현)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포토라인,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소환될 때 포토라인을 그냥 지나친 이후 포토라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커지는 양상이다.

포토라인은 지난 1993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하는 과정에서 생긴 취재 과열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마련됐다. 당시 취재 경쟁 속에 정 전 회장이 카메라에 찍히는 부상을 입으면서 취재 경쟁 과정의 무질서와 안전사고를 막자는 취지에서 기자단이 포토라인을 만든 것이 오늘날 포토라인의 시발점으로 평가된다.

이후 검찰은 2010년 법무부 훈령으로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마련해 관련 규정 정리에 나섰다. 피의자 촬영은 주요 공인으로서 소환 사실이 미리 알려져 소환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될 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내용이었다.

반면 해외에서는 원칙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범죄사실을 공표하거나 피의자를 공개적으로 소환해 출석 장면이 보도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죄추정원칙과 당사자 초상권을 보호하는 차원이다.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으로 지목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사진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의 발제에 나선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토라인을 ‘고쳐 계속 사용하자’는 존치론에 가까웠다. 김 교수는 “포토라인에 대한 규정은 법적 근거가 없지만 공공성과 공익성이 인정되고 있다”며 “언론사 차원에서 질서유지를 위해 취재협조를 위해 (규정을) 세분화, 명문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령 동행 의무가 없는 제3자는 포토라인에 서지 못하도록 한다든지, 서겠다고 고집할 경우 초상권 보호의 의무를 질 수 없다는 점을 미리 고지하도록 한다 등의 예시를 제시했다.

반면 송해연 대한변협 공보이사(변호사)는 포토라인 제도가 형사피고인이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입장이다.

송 변호사는 “형사피고인의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아니한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혐의사실을 일부라도 공개하는 것은 국민에게 유죄의 심증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법관의 심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인의 경우에는 인격권이 일반인보다 더 침해돼야 한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근거가 될 수 있는 조항은 헌법과 형법, 형사소송법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공인이기 때문에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인식 자체를 되돌아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안형준 방송기자협회장은 “포토라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흔들림이 없다고 본다”며 “검찰에 소환된 재벌총수가 지하주차장의 비밀승강기로 조사실로 올라가는 일이 일상화된다면 국민여론은 어떻게 되겠느냐,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도는 어찌 되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김후곤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개인적 견해를 전제로 “수사공보준칙상 촬영에 대한 당사자 동의절차가 원칙적으로 규정돼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동의를 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언론이 먼저 자율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포토라인은 검찰 구내에서의 문제만은 아니고 법원 구내에서 영장심사기일에 출석하는 피의자 모습이 촬영되는 것과도 관련돼 있어 법원의 적극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두걸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압축적 성장 등에 따라 서구 선진국보다권력형 비리나 기업 거대 범죄 많은 상황에서 포토라인 순기능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을 최대한 준수하기 위해 준칙을 세분화하고 포토라인 설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