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의예과 폐지···대학가 ‘의대 유치전’ 재점화

by신하영 기자
2016.06.07 17:08:30

의예과 첫 폐지사례 교육부 정원 49명 회수해 재 배정 방침
공주대·목포대·순천대·창원대 ‘지역여건’ 내세우며 유치전
순천·목포 의대신설 공언 이정현 VS 박지원 대결도 주목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서남대가 의과대학 폐지를 결정하면서 대학가의 ‘의대 유치전’이 다시 불붙고 있다. 현재 의대 유치를 추진하는 대학으로는 공주대·목포대·순천대·창원대 등 4곳이 꼽힌다. 전국 41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중 의예과가 폐과되는 사례는 서남대가 처음이어서 대학 간 의대 유치경쟁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각각 순천대와 목포대의 의대 유치를 공언하고 있어 의대 유치전이 정치권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7일 “서남대가 의대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정상화방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학교법인 서남학원은 이홍하 이사장이 2013년 약 1000억 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경영난을 겪어왔다. 교육부는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비 횡령액 일부를 보전할 것을 법인 측에 요구했다. 이에 서남학원은 재정 기여자로 명지의료재단을 지목하고 재단 영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명지의료재단이 최근 자금난을 겪으면서 이 같은 정상화 계획도 무산될 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남학원이 이사장의 교비 횡령액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재정확보방안이 필요한데 이를 재단 산하 한려대 폐교와 의대 폐과 등으로 마련키로 했다”며 “서남대 의대 정원은 내년에 교육부가 회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남학원이 재단 산하의 서남대·한려대·신경대·광양보건대 중 한려대를 폐지하고 부속병원인 녹십자병원 등을 매각하는 방안을 담은 재정확보계획을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대학가의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서남대의 ‘의예과 폐지’다. 의대 정원은 보건복지부에 의해 ‘총 정원’으로 규제를 받는다. 의대 신설을 희망하는 대학이 있어도 총 정원이 늘어나지 않는 한 정원 배정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서남대 의대정원 49명이 회수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회수된 정원을 교육부가 어디에 배정하느냐에 따라 대학 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현재 의대 유치를 추진하는 대학은 공주대·목포대·순천대·창원대 등 4곳이다. 이들 대학은 의료 인력이 부족한 지역여건을 내세우며 의대 신설을 희망하고 있다.

최한석 목포대 기회처장은 “목포·신안지역의 경우 3000개가 넘는 섬이 있지만 의대와 부속병원이 없어 도서지역 주민들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목포대는 20년 전부터 의대유치를 추진해왔으며 10억 원이 넘는 의대설립기금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서남대 의대정원을 회수할 경우 지역사회와 협력해 유치전에 본격 뛰어들겠다는 얘기다.

공주대도 인근 서해안 도서지역에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김창호 공주대 총장직무대행(교무처장)은 “충남지역도 서해안에 도서지역이 많다”며 “공주대가 의대를 신설한다면 의대 졸업생들을 10년간 도서벽지에 의무 근무토록 하는 등 의료공백 해소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마산·창원·진해시 통합으로 인구 100만 명을 넘긴 창원지역도 의대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조용권 창원대 기획처장은 “마산·창원·진해 통합으로 창원시 광역인구가 110만 명에 달하지만 지역 내 의대가 한 곳도 없다”며 “창원대가 의대를 설립하면 지역 내 산업단지를 고려해 산업전문 의료인력 양성 기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대학 간 경쟁은 교육부가 서남대 의대정원(49명) 회수를 완료하는 내년께 더 달아오를 전망이다. 의대 신설이 본격화될 경우 4개 대학 외에도 유치를 희망하는 대학이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전국 의과대학 정원 배정 현황(의학전문대학원 제외, 자료: 교육부)